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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여행307 제주올레 12코스
전주산
2022. 12. 25.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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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12코스[무릉 ~ 용수 17.5km]
바람에게 길을 묻습니다. 바람은 보이지 않지만 그러나 늘 말과 행동으로 자기의 감정을 표현합니다. 기분이 좋을 때는 부드럽고 달콤한 목소리로 기분이 안좋을 때는 말을 않거나 아니면 퉁명스런 목소리로 그리고 슬플 때는 울기도 합니다. 눈을 감고 가만히 바람과 마주하면 귓가에서 쉴새 없이 지껄입니다.
산 넘고 물 건너오면서 보고 들은 이야기들을 그래서 나는 바람이 해 주는 이야기를 좋아 합니다. 그런데 오늘은 바람의 이야기가 조금 거칠어 졌습니다. 아직 봄이 멀었다고 시샘이나 한 듯이 모든 걸 날려 버릴 듯한 기세로 말을 걸어옵니다. 육지에는 비와 눈이 온다고 하는데 습한 기운과 같이 바람이 울고 있네요.
숙소에서 먼 곳이 12코스의 출발점이라 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 졸며 도착한곳은 중산간의 무릉2리입니다. 무릉도원이라고 자랑할만한 무릉도원의 마을 이정표가 눈에 보입니다. 여기도 제주 4.3사건의 아픔이 있었네요. 한참을 걷다 보면 제주자연생태문화체험골 마을에 도착 합니다. 다른 계절에는 관광객들이 많이 방문하여 제주의 문화를 느끼고 체험할텐데 오늘은 한사람도 보이지 않는군요. 겨울이고 날씨가 좋지 않아 쉬는가 봅니다.
좌기동 마을에 제주의 민속품으로 아기자기하고 예쁘게 꾸며놓은 집도 보이네요. 좌기동 마을을 뒤로 하고 끝없이 펼쳐지는 제주의 밭의 밭담길을 따라 걷습니다. 한참을 걷다보니 녹남봉이라는 오름이 보이기 시작 합니다.
잘 만들어진 나무 게단을 오르다 보면 주변에 유난히 녹나무가 많이 보입니다. 그래서 이곳의 지명을 녹남봉이라고 지었다고 합니다. 산속에 들어오니 바람도 적고 아늑합니다. 나무의자에서 조금 쉬어 갈까 했는데 아직은 시작이라 그냥 계속 걷습니다. 산길이 부드럽고 편하네요. 정상부 분화구에는 삼나무와 대나무 그리고 밭도 있습니다. 대나무로 만들고 있는 이색적인 정자의 모습이 보이네요. 혹시 공사하는분이 계시면 안부를 전해 달라는 분도 계셨는데 오늘은 일을 하지 않고 쉬는가 봅니다. 완성이 되면 주변과 잘 어울리는 모습으로 탄생이 되겠지요. 마을의 텃밭에는 배추도 꽃들도 싱그럽습니다.
비피나무에는 꽃봉오리가 곧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네요.
공기밥 게스트하우스를 지나면 페교를 개조하여 만든 산경도예에 도착 합니다. 이곳이 중간 스템프가 있는 곳입니다. 인증 스템프를 찍고 주인장이 계시면 들어가 도예구경도 하고 싶었는데 아쉽게 문이 잠겨 있네요. 주변만 기웃기웃 하다가 발걸음을 옮깁니다.
도로를 건너 도원마을이라는 신도1리입니다. 마을을 지나면 해안가까지 끝없이 밭들이 이어집니다. 바람을 안고 진행하다보니 힘이 2배로 드는 것 같습니다. 내 몸이 날아갈 정도로 매섭게 울어 대네요.
신도바당올레에 도착하여 해변 길을 걷습니다. 걷는 사람은 물론이고 지나가는 여행객의 차들도 잘 보이지 않는 외로운 길을 나와의 싸움을 하며 걷습니다.
그러나 나는 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긍정의 힘을 빌려 승리로 이어 갈려고 힘을 내어 봅니다. 12코스의 절반을 왔네요. 긍정의 힘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이곳도 하멜일행이 도착했던 곳이라고 하네요. 관광객을 위한 조그만한 소공원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곳은 무병장수의 마을 신도2리랍니다.
여름에 해안 길을 걷다 한치 비빔밥을 맛있게 먹던 어촌게식당이 보이네요. 오늘은 점심시간이 조금 이릅니다. 어촌게식당을 뒤로하고 수월봉을 보고 내륙의 밭으로 진입 합니다. 양배추, 보리, 양파, 브로커리, 마늘, 무우의 밭들이 끝없이 펼쳐진 들판의 사이 길을 걷습니다. 밭농사를 위한 물 둠벙을 지나니 동네로 들어섭니다. 이곳은 바람이 조금 덜하군요.
이제 수월봉 탐방로로 진입합니다. 바람으로 새왓들도 춤을 추고 있네요. 기상대의 관제탑이 보이네요. 바람이 많은 해안에 설치된 고산 기상대입니다.
수월봉 전망대까지 올라 도착 합니다. 여기서 간식을 먹을까 했는데 서있기 조차 힘드네요. 서둘러 내려옵니다. 수월봉 입구 교차로를 지나 엉알이라는 이곳은 다양한 제주의 지층을 볼 수 있는 해안 길의 유명한 경승지로 많은 사람이 찾는 곳입니다. 다만 차량은 진입 할 수 없습니다. 천연기념물 513호로 지정된 이곳은 학술적 지리학적으로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기묘한 모습의 절벽과 신나게 울어대는 파도의 모습은 이곳의 풍경을 더욱 돗 보이게 하는군요. 모자가 날아 갈듯하여 벙거지 모자로 바꾸어 쓰고 걷습니다. 여기도 아픈 상처가 있군요. 일본군 동굴진지가 보입니다. 녹고물이라는 녹고의 눈물이라는 샘이 있습니다. 어머님의 병을 치유하기 위해 남매가 수월봉 절벽을 오르다 누이가 떨어져 죽었다는 슬픈 사연이 있는 곳이랍니다.
지금도 녹고의 눈물처럼 샘물이 흐르고 있답니다. 녹고의 모습처럼 거친 바람을 맞으며 예쁘게 피어있는 갯쑥부쟁이와 노랑야생국화가 슬픈 모습으로 피어 있네요. 차귀도와 같이 파도도 오늘은 몹시 울고 있습니다.
이어도의 촬영장소인 차귀도 포구에 왔습니다. 여기서 유람선을 타고 차귀도 둘레길을 걸었던 기억과 아들과 배낚시 내기를 하여 아들이 말고기를 사주었던 추억이 생각납니다. 그때 사먹었던 한치 맛도 생각나네요. 오늘은 망설임 끝에 사지 않고 차귀도 포구를 나와 당산봉 탐방로를 걷습니다. 원래는 이곳에 뱀을 모시는 사당이 있었는데 이산을 사귀라고 했답니다. 그 뒤로 차귀로 이름이 변하여 차귀오름이라고도 한답니다. 입구에서 잠시 쉬며 간식을 하고 나무 게단을 오릅니다. 산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차귀도의 아름다운 모습과 포구도 그림처럼 보입니다. 정말 아름다운 풍경이 눈앞에 보입니다. 당산봉을 걷는 내내 아름다운 풍경을 여러 각도에서 감상을 합니다. 보아도 보아도 지루 하지 않습니다. 거센 바람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여기까지 온 보람이 있네요. 생이기정 바당길을 걷습니다. 생이는 새, 기정은 바람, 바당은 바다라는 제주말입니다. 즉 새가 살고 있는 바닷길이라는 뜻이랍니다. 오늘은 새가 보이지 않습니다. 대신 제가 새가 되어 여기 바람과 바닷길을 품고 걷습니다. 바람이 적은 곳에서 점심 김밥을 하고 용수리 포구까지 왔네요.
이곳이 올레12코스의 종착점입니다.
오늘 바람과 싸운 힘든길 이였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는 가운데 좋은 길도 어려운길도 있음을 깨우칩니다. 그러나 고난 뒤에 성장하고 좋은 길과 행복이 있다고 생각 합니다. 올레의 힘든 길도 중간에서 포기 할 수 있지만 나와의 싸움에서 이기고자 하는 마음으로 성취감도 느껴봅니다.
앞으로의 올레 길도 힘든길, 좋은길이 남아 있겠지요.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어 용기를 내어 보며 오늘 다녀온 올레의 풍경들을 담아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