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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여행281 지미오름

전주산 2023. 2. 10.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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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짧은 세상에서 이정도만 하면 행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존재의 신비를 생각만 해도 그렇습니다.
누구의 소유도 없는 넓은 하늘, 훨훨 날아가는 구름, 느낌을 주고 가는 바람은 소유도 미련도 없는 자유입니다.
소유는 구속이며 인간이 만들어 낸 부자유스러운 부질없는 욕심입니다.
고통스러운 고민을 소유하지도 말고 번민스러운 애착도 버리고
하늘과 구름과 바람과 자연과 고마운 인연을 오래오래 끊어지지 않기를 기원하며 머물며 살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솔솔 부는 아침바람의 힘을 믿고 길을 떠납니다.
잠이 덜 깨어진 정신을 가다듬고 버스를 타고 제주의 동쪽으로 이동 했습니다. 아침안개 속에 희미하게 보이는 성산일출봉을 지나 종달새의 지저귀는 소리가 들리는듯한 종달리에 도착 했습니다. 어쩜 마을 이름이 예뻐 지나칠 뻔한 여행자의 마음을 잡아끄는 곳입니다.
길가에는 아름답던 제주의 상징의 꽃인 수국의 늙은 모습이 반겨 줍니다. 초여름의 아름다움을 뽐내던 수국의 지친 모습과 커다랗게 보이는 지미봉의 모습이 더운 여름 나에게 힘든 모습으로 다가 옵니다. 올레코스의 리본을 따라 걸어가니 지미오름 입구가 나옵니다. 여기까지 평평한 길을 왔는데도 몸에는 벌써 촉촉한 땀으로 가득합니다.
지미오름에 오르면 아름다운 제주의 풍경을 조망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 더운 날 무리가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되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올라가지 않으면 후회의 생각으로 가득 찰 것 같아 힘들지만 오르기로 했습니다.
지미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이곳이 제주 섬의 꼬리부분에 해당되기 때문이고 합니다. 속칭으로는 `땅끝`이라고 부른답니다. 예전에 한경면 두모리를 섬의 머리 또는 제주목의 머리라 하고, 동쪽 끝의 이 오름을 땅끝이라 하였다고 합니다.
높이는 165.8m, 둘레는 2,636m, 면적은 423,814㎡, 폭은 927m인데 모양은 북쪽으로 벌어진 말굽형의 분화구입니다. 지미 오름 꼭대기에는 지미 봉수지가 있는데 북서쪽으로는 왕가 봉수, 남동쪽으로는 성산 봉수와 각각 교신했다고 합니다.
오래전부터 지미 오름이라 불렀으며, 지미망 또는 지미봉 등으로 표기하였답니다.
봉수가 폐지되면서 지미봉으로 표기하면서 이 이름으로 많이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정상에 오르면 남서쪽에는 종달리가, 북쪽에는 하도리가 보이며, 서남쪽에는 말메가 보입니다.
평상시 깉으면 쉬지 않고 정상까지 오를텐데 오늘은 발을 내딛을 때 마다 온몸에 땀이 흐릅니다. 육지에서도 보기 힘든 사슴벌레가 더위에 지쳐가는 저에게 용기를 주네요. 반가웠습니다. 어릴적에 참나무등지에서 잡아 놀던 그녀석입니다. 그동안 야생에서는 보지 못했는데 여기 제주에 와서 3번째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래도 아직은 제주의 자연환경이 깨끗하다는 증거입니다. 귀여운 모습을 사진에도 담아 보았습니다. 숨도 막혀 오고 너무 힘든 더위입니다. 폭염이란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오르면서 2번을 쉬어 드디어 정상에 도착 했습니다. 주변을 감상하기 위한 전망대도 설치되어 있네요. 날씨가 좋으면 우도, 성산일출봉의 모습이 장관을 이루고 제주의 작고 아름다운 마을의 풍경들을 볼 수 있을텐데 오늘은 짙은 해무로 그렇지 못합니다.
마지막 21코스인 올레표시가 되어 있는 리본을 따라 내려가기 시작 합니다.
겨울에 걸어보았던 하도리 철새도래지가 보입니다. 천연기념물로 보호되고 있는 철새도래지 입니다.
지미봉 밭길을 나와 걷기 편한 해안도로를 걷기 시작합니다. 여름에 핀 들꽃들도 보입니다. 사위질빵꽃, 계요등꽃 그리고 문주란도 있습니다. 종달 고망난돌 쉼터를 지나 그 유명하다는 종달리 수국길을 따라 걷습니다. 가까이 우도가 보이는 종달리 전망대까지 왔네요. 이곳은 해안을 걸을 수 있도록 나무데크길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사색하며 해안 풍경을 보며 걷기 좋은 곳이네요.
우도도항선 선착장 까지 도착하니 더 이상 걷기 힘듭니다. 더위에 몸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 오늘은 이정도만 걸를까 하고 마을버스를 타고 환승하여 서귀포로 돌아 왔습니다. 땀으로 젖어 있는 옷에서 쉰 냄새가 날정도네요. 샤워를 하고 세탁기에 젖은 옷을 넣고 나니 이제 살 것 같습니다. 정신없어서 점심도 먹지 못하고 이제 숙소에 와서 누릉지를 더운물에 불려서 먹었네요.
오늘 생수 3병을 모두 마신 것 같습니다. 그러나 땀으로 다 빠져 나온 것 같습니다. 이대로 잠들면 저녁식사도 못할 것 같아 참고 있다가 저녁을 먹고 누우니 잠이 들어 깨어 보니 아침입니다.
아침을 먹고 동네 한바퀴 산책을 하고 왔습니다.
아들이 서울에서 어제 밤에 제주에 왔나 봅니다. 제주에 사는 누나와 만나 늣은 저녁을 먹고 누나 집에서 보낸 모양입니다.
오늘은 하루 쉬어야 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