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용두산 비치로드

 

 

붉게 물든 배롱나무가 온몸으로 무너져 붉은 울음이 길가에 따라 번지고 향긋한 산바람과 함께 숲의 향기가 총총히 마음에 다가 옵니다.
계곡 산그늘에서 저쪽 산마루까지 비를 머금은 구름은 산 사이를 물 흐르듯이 흘러갑니다.
5, 6호 태풍인 송다와 트라제가 지나간 후에 먹구름을 몰고 와 예측불허인 날씨를 보입니다. 남쪽에는 태풍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예상 된다는데 10%의 기대를 믿고 길을 떠났습니다.
가는 도중 지리산 산청부근에는 엄청 많은 비가 내리고 있네요.
경남 창원에 가까이오니 비는 오지 않고 하늘은 잔뜩 찌푸린 날씨입니다.
창원, 마산, 진주를 통합하여 창원시의 일부가 된 구산면의 저도입구까지 왔습니다. 저도라는 섬은 지형이 마치 돼지가 누워 있는 형상과 비슷하다하여 저도라고 부른답니다.
마산에 속해 있을 때는 마산 9경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섬의 한쪽에는 해발 202m의 용두산이 있고 해안의 비탈과 해식으로 이룬 비치로드의 아름다운 둘레길이 해안을 따라 조성 되어 있습니다.
일명 콰이강의 다리라는 빨간색의 철재교량은 1987년에 건설 되었는데 교량의 노후로 바로 옆에 2004년 새로운 철재 교량을 준공하여 철거가 검토 되다가 사람만 건널 수 있는 도보교로 새롭게 단장하여 유명세를 얻게 되었답니다. 다리 바닥은 투명한 강화유리로 마감하여 저도 스카이워크로 리모델링한 것이 관광객의 입소문 때문인지 인기 있는 관광지가 되었답니다.
원래의 콰이강의 다리는 2차세계대전 중에 영국군포로들이 콰이강 계곡에 건설했던 태국 서부 깐차나부리과 미얀마를 이어주는 철로용 다리입니다. 데이비드 린 감독이 영화로 만들어 개봉하여 저도 오래전에 본 기억이 있습니다.
이제 콰이강의 다리를 건너 오른쪽 산길로 진입하여 202m의 용두산을 향하여 가쁜 숨을 쉬며 오릅니다. 오늘은 비치로드만 걷는 것이 아니라 용두산에 오른 후에 내려와 역순으로 비치로드를 걸어 볼까 합니다. 산길이 제법 험하군요. 산길 종합안내판이 있는 갈림길 까지 와서 용두산에 올라갑니다. 높이는 높지 않아도 산길이 제법 가파르고 힘이 듭니다.
엄청 더운 8월의 초입이라 그런지 땀이 비오듯 하네요. 드디어 정상에 올라 가져간 도시락으로 점심을 하니 맛이 없을 리가 없지요.
내려와 갈림길에서 제3바다구경길로 진행 합니다. 비치로드는 모두 3구간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3구간 모두 6.35km로 3시간이 소요 된답니다. 제3바다구경길은 만조시간대라 해변길 보다 해안 숲 오솔길을 걷습니다. 제2바다구경길을 지나 제1바다구경길 4전망대부터는 해안 데크로드길이 이어집니다. 1전망대까지의 비치로드길의 풍경은 기가막힐 정도로 장관입니다.
다시 제1전망대부터의 길은 해안 숲길인데 걷다 나오면 구봉리 버스종점이 보입니다. 이곳이 하포마을인데 커다란 주차장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비치로드 트레킹을 마칩니다. 땀도 많이 흘렸지만 그동안 몸속에 있던 노폐물 찌꺼기 까지 흘러나온 기분입니다. 가끔 이렇게 땀을 흘려야 몸도 가벼워지고 건강해 진다는 원리를 체험 했네요. 오늘 산길로만 약 1만6천보를 걸었습니다.
전주에서 창원까지는 먼 길이지만 수고의 보상이 컸던 것 같습니다.
날씨도 좋았고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다냄새 향긋한 비치로드를 행복한 마음으로 걸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