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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넘어 진안 고원길

전주산 2023. 2. 18.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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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넘어 진안 고원길

늣 가을 비가 밤새 내리고 실루엣 같은 새벽안개가 짙게 드리던 어느 날,
이젠 낙엽은 지고 겨울을 준비하는 산골의 모습이 아련히 떠오르는 이른 아침에 섬진강 발원지인 데미샘이 있는 진안의 고원길을 찾았습니다. 진안으로 달리는 차창 밖의 풍경은 짙은 안개로 자세히 볼 수는 없는 이유는 그 아름다운 모습을 아무에게도 선득 보여 줄 수가 없다는 신비로움의 조화가 있는가 봅니다.
어는 악기의 하모니와 비교 할 수 없는 계곡의 물소리, 호젓이 걷는 낙엽 진 오솔길, 황토 흙길을 지나며 걷는 해발 300m 위의 논과 밭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길과 정감 있는 전원 풍경은 나의 마음속 외에 다른 곳에는 감히 담을 수가 없더군요.
총 3구간의 58km의 진안의 고원길은 총사업비 8억원을 지원 받아 2011년 7월 30일에 개통을 했답니다. 같이 간 일행들과 고원길의 시작인 영모정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안개에 쌓인 한적한 시골의 풍경이 정감 있게 다가 옵니다.
누렁이의 반갑게 짖는 소리를 들으며 개울가에 자리한 영모정에 도착 했습니다. 영모정은 고종 6년(1869년)에 세워졌다고 합니다. 1984년에 전북 지방문화재 15호로 지정 받았다고 합니다. 이 정자의 특색은 지붕이 돌기와인 너세라는 납작한 돌로 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이 고장에서 많이 나오는 돌을 이용 했나 싶습니다. 옛 조상들의 풍류의 가락이 들리는 듯 했습니다. 영모정을 지나 하미치마을 어귀의 나무계단이 만들어진 산길로 들어 섰습니다.
낙엽 진 산길의 안개가 낀 풍광은 신선이 사는 곳 같았습니다. 얼마만큼 오르니 고냉지 채소밭이 나오더군요. 무우는 입동 전에 미리 수확하고 찬바람에 당분을 만들고 있는 배추밭이 건강한 산골의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이곳에 우리밀도 재배 되어지고 있었습니다. 봄에는 밀밭이 무척 예쁘겠더군요. 덕태산 등산로 입구를 지나 신전마을에 도착 했습니다. 짙은 안개 속에 갇혀 있는 마을에 인기척이 있더군요. 마을 아주머니께서 달달한 무우을 깍아 주셨습니다. 시원한 단물이 듬뿍 들어 있는 무우는 아주머니의 넉넉한 마음 같았습니다. 요즘 무우는 산삼과 버금 간다는 이야기와 그 맛을 체험 했습니다.
상백암마을 갈림길에는 아름다운 해우소(화장실)가 개울을 바라보며 지어져 있었습니다. 개울물이 졸졸 흐르는 상백암마을에는 겨울을 준비하는 구수한 메주콩 끓이는 냄새가 났습니다. 두부를 넣고 코끝이 구수한 청국장에 따신밥을 준비하는 한국인의 밥상이 떠오르더군요. 저 고등학교 시절 방학 때에 이곳에 사는 친구 집에 놀러와 문간사랑방에서 몇 일 지낼 때의 그 청국장 냄새가 머리를 스쳐 갑니다. 이곳에서 바다의 조기와 닮은 꺽지라는 고기도 처음 보았습니다. 그 친구와 연락해 본지도 무척 오래 되였는데…
나처럼 이젠 추억만 먹고 살고 있겠지요.

닥실고개로 향했습니다. 농민의 휴식처인 원두막도 새로 단장해 놓았더군요. 산골에 벌레 먹은 배추를 보고 건강한 지구촌 환경 이야기로 저와 대화를 나누던 분도 기분이 무척 좋은가 봅니다. 걷는 중 잠시 휴식의 시간에 서로 가져온 간식을 나누어 먹었습니다. 오이, 단감, 배를 정성스럽게 준비해 오셨더군요. 참 키위도 있었는데 걷기 시작 때 미리 먹었답니다. 산길 고개 오르는 모퉁이에 원두막이 보였습니다. 여름에 채소밭에 일을 하다가 새참을 먹던 곳인가 봅니다. 농촌의 인심이 머리에 그려 집니다. 아마 여름에 이곳을 지나게 되면 분명히 이분들은 나그네를 그냥 보내지 않았을 겁니다. 노란 참외나 줄무늬 수박을 재배 했을지도 상상해 봅니다.
은안마을 입구에 도착하니 안개가 조금 걷히기 시작 했습니다. 진안의 유명한 인삼밭도 많이 보이네요. 저 멀리 안개 뒤로 산봉우리가 보이네요. 무척 아름답습니다. 이곳이 스위스 아닐까요? 착각의 시각은 아름다움으로 그려집니다. 졸졸 시냇가의 원반송 마을에 도착 했습니다. 이곳에는 고려 충신인 정몽주의 조카인 만유 최양선생의 유허비가 있었습니다. 태조 이성계가 여러 차례 불렀으나 응하지 않고 고려를 그리며 이곳에서 숨을 거두었다고 하네요. 시냇물소리에서 그 충성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지금의 이런 충신이 그립습니다.
개울물 따라 뚝길을 걸어 코스 종점인 원덕현 마을에 도착 했습니다. 진안이 고향이신 일행 분의 도움으로 조그만한 마을 회관을 빌려 진안의 명물 흑돼지 구이를 대접 받았습니다. 서로들 준비에 바빴습니다. 삼겹살을 중심으로 갈매기살, 무슨무슨살, 종류도 많더군요. 늣 가을 노릿한 배추에 고소한 구이를 너무 먹었나 봅니다. 열심히 고기를 구어 주시던 착하고 예쁘게 생기신분, 구수한 입담으로 돼지고지 부위에 대한 설명을 해 주시던 육가공 전문가님, 고기를 먹고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라면을 끓여 주시던 분, 여동생이 되어 준 귀여운 분, 처음부터 끝까지 환대와 미소로 반겨 주신 던 모든 분과 오랜만에 왔다고 나를 비행기 태워 주신 회장님, 모두 잊지 못할 추억의 시간 이였습니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다운받아 오신 감미로운 음악을 들려 주신 분도 오래 기억이 남을 것 같습니다.
오늘의 4시간 정도의 고원길의 걸음은 세상 근심을 발 밑에 감추어 두고 안개구름과 같이 걷는 최상의 행복한 걸음 이였습니다. 북쪽의 개마고원도 이런 길이 있을 수 있지만 남한의 유일한 고원길을 한번 걸어 보세요. 새로운 생각과 몸, 마음 모두 쉼의 시간을 누릴 수 있을 겁니다.
방송에서 존덴버의 영에이지풍 음악이 흘러 나오네요. 우리의 나의 살던 고향의 노래가 더 정겨워 보입니다.
살포시 첫눈 내리는 어느 날 이 고원길을 걸어보면 어떨까요? 아니 화창한 봄에 밀밭의 추억을 만들며 걸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풍성한 밭 작물이 나오는 여름에는 인삼막걸리를 준비하여 찾아 들면…
가을 의 낙엽진 길은 제가 경험 했습니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고개 넘어 다녀온 우리의 아름다운 길을 소개 합니다. 금수강산 우리 고장 좋을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