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완주의 천주교 성지 탐방

2024. 6. 16. 19:41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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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완주의 천주교 성지 탐방
 
6월의 무더위가 보통이 아닙니다. 연일 30도를 웃도는 열기에 소나기를 기다리는 하루라 접이우산을 챙겨들고 길을 나섰습니다.
산들바람이 불어오는 곳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바람 속에 무리지어 온 향기는 내 주변에 맴돌고 소녀처럼 여린 꽃에는 하얀나비가 찾아옵니다. 산바람 부는 언덕에서 지친 나를 부르고 있습니다.
비록 나와 종교는 다르지만 오늘은 전북 완주에 있는 천주교 성지순례 길을 관광버스를 이용하여 여러 명과 같이 찾아 떠나 봅니다.

 
1. 천호 성지
1866년 병인박해 때에 전주 숲정이에서 순교한 6명의 성인 중 정문호, 손선지, 이명서, 한재권 그리고 공주에서 순교한 김영오와 1868년 무진박해 때 여산에서 순교한 무명 순교자를 모신 곳이 이곳 천호성지입니다.
천호성지는 1839년 기해박해 무렵 교우들이 박해를 피해 깊은 산속인 이곳 천호산 인근에 숨어 들어와 신앙 공동체를 이루고 살던 교우촌 이라고 합니다.
이곳의 위치는 전북 완주군 비봉면 천호성지길 124를 네비로 검색하면 찾아 올 수 있습니다.
시골동네 좁은 길을 따라 도착한곳은 조그만 한 호수가 있는 대형버스주차장입니다. 시골동네 모퉁이 마다 천호성지 안내판이 있어 찾아오기 쉬운 편입니다.
주차장 입구에는 길잡이 안내판이 있습니다. 순례자의 자세도 알려 줍니다.
‘순례는 하느님을 만나는 여정이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고 나의 모든 것을 바치며 순례를 시작 합니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나와 비슷한 종교여서 저도 정갈한 마음으로 좌측의 부활성당 쪽의 길을 걷습니다.
호수를 끼고 잠시 오르막 숲길을 걷습니다. 숲길 끝으로 도로가 나오는데 갈림길 우측으로 오릅니다. 카톨릭 성물 박물관과 좌측에 식당을 지나오니 수녀님께서 일행을 맞이하여 주네요.
그늘진 곳에서 이곳에 대한 해설을 진행 합니다.
해설이 끝나고 수녀님의 안내에 따라 부활성당으로 갑니다. 오늘이 토요일인데 11시 미사 시간이군요.
전주교구 70주년을 맞이하여 2007년 5월 19일에 이북식, 강방자 부부가 이 성당을 봉헌 했다고 합니다. 현대식 건물의 성당으로 소박하면서도 정갈한 느낌의 포근함을 간직한 성당 같습니다. 살짝 내부의 뒷자리에 조용히 앉아 잠시 마음의 기도를 드리고 나왔습니다.
이제 성당 주변의 산책길 아니 순례길 따라 걷습니다. 물고기의 비린내가 난다는 어성초가 꽃을 피웠군요. 약모밀이라고도 하는데 동남아 지역에서는 채소로 먹는데 한국에서는 염증질환에 효능이 있어 건강용 녹즙으로 마시기도 한답니다. 또는 피부질환에 탁월한 효과로 비누로 만들어 판매하기도 합니다. 2차 세계대전 때에 히로시마 원폭 후에 가장 먼저 살아난 식물이라고 과대광고를 하기도 한 생명력이 질긴 식물입니다.
편백나무 길을 걷습니다. 상쾌한 피톤치드가 많이 발산하는 숲길로 알려져 건강을 위해 많이 찾는 편백숲길이 여기도 있네요. 꽃과 빨간열매가 매혹적인 백당나무가 꽃이 지고 잎의 푸르름을 자랑 하네요. 개복숭아 열매가 튼실하게 여물어 가고 있습니다. 요즘 약효가 좋아 과수원에 나무를 심어 기르기도 한답니다.
천호성지의 성인묘역에 왔네요. 많은 계단으로 오르기보다 옆 숲길을 통해 오니 한결 오기 쉽습니다. 묘역을 잠시 둘려보고 내려갑니다.
잘 생긴 소나무 한쌍이 묘역을 수호하고 있답니다. 아래로는 천호성지 잔디광장이 보이네요.
커단란 돌바퀴의 조형물이 있는데 삶의 고난을 이야기 하는 것 같습니다. 사파이어 보석과 같은 수레국화가 피어 있네요. 꽃의 색은 푸른, 분홍, 흰색으로 피는데 독일의 국화라고 합니다.
살구도 많이 열었는데 따 먹는 사람이 없어 나무에서 그냥 마르고 있네요. 살구를 아주 좋아 하는데 아직 올해 맛을 보지 못했네요. 집에 가면서 과일가게에 들려 사가지고 가서 맛을 볼려고 합니다.
부활성당 아래쪽에는 봉안경당이 있는데 천주교 고우들의 납골당입니다. 봉안경당 앞에는 쉼터도 있네요. 노란색의 큰달맞이 꽃이 벌써 꽃을 피웠네요. 쉼터 안에서는 간단한 차와 음료를 마실 수 있답니다.
쉼터를 나와 십자가의 길을 잠시 걸어 봅니다. 여기에는 산새들이 목을 축일 수 있도록 옹달샘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개복숭아 열매 같은데 이 나무는 키 작은 꽃복숭아 열매이군요.
전나무 숲길을 지나 십자가의 길에 왔네요. 예수님의 수난의 역사가 있는 길로 예수님의 수난 모습의 조각 조형물들이 걷는 길옆에 세워져 있습니다. 주 예수님의 수난을 묵상하며 조용히 자신을 성찰하며 걷는 길 이랍니다.
십자가의 길을 나와 메타세콰이어가 울창한 숲길을 걷습니다. 성지 순례자의 숲길에 여러 종류의 나무가 식재되어 숲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저에게는 무척이나 좋은 숲길입니다.
오솔길처럼 자연스러운 흙길이 걷기 좋습니다. 숲길 안에는 예쁜 모양의 바위들도 있습니다. 기다란 바위에는 나를 성찰하는 성서 말씀도 새겨져 있습니다.
이곳이 성물박물관 이군요. 잘 가꾸어 놓은 반송의 모습을 감상하고 박물관을 살펴보러 입장 합니다.
입구에는 “너희는 멈추고 내가 하느님인줄 알아라” 시편에 나오는 말씀이랍니다. 왜 사는지, 무엇 때문에 힘들게 바쁘게 사는지 다시한번 생각하는 마음으로 입장 합니다.
이곳은 최석원과 최훈, 김혜선 부부와 최석영 가족들이 정성을 모아 2013년 12월에 건립한 곳 이라고 합니다. 각국 해외의 많은 성물들이 전시된 공간입니다. 러시아 정교회를 비롯하여 유럽과 각국의 진귀한 성물들을 감상하며 카톨릭 역사를 이해하기 좋은 곳입니다. 십자가의 종류와 유래도 알아보고 십자가에 대한 내용도 학습 할 수 있네요.
성물 박물관을 나오니 원추천인국이라는 루드베키아 꽃의 화려함이 햇볕에 반짝입니다.
성당에서 제공한 점심을 맛있게 먹고 천호성지를 나옵니다. 호숫가에는 희고 향긋한 밤꽃이 여름을 알리고 있습니다.
이제 되재 성당으로 이동 합니다.

 
2. 되재 성당
완주군 화산면 승치리에 있는 곳인 되재 성당은 1895년에 세워진 최초의 한옥 성당이랍니다. 서울 약현성당에 이어 두 번째로 지어진 성당으로 초기 건물은 한국전쟁 때 소실되고 2006년 초대 당시의 사진 자료를 통해 그 당시 모습으로 재건축 했다고 합니다. 완전 한식은 아니고 서양문화가 들어오면서 개량된 한옥형식으로 남녀를 구분하여 예배공간을 격리하고 출입문도 따로 내는 당시 풍습을 따른 건축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논산 쌍계사의 부재를 사용 했다고 합니다. 성당 외에 사제관, 기술학교인 태극계명학교가 건립되어 있고 뒤편에는 조스, 라푸르카트 선교사 묘가 있습니다. 되재 성당의 이름은 이곳이 깊은 산속마을로 산 고개를 넘기 힘들어 전라도 방언으로 ‘힘들다’를 ‘되다’로 부르기 때문에 되재 성당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마을에는 한우를 키우는 곳이 많은데 가까운 고산읍이 한우고기로 유명하답니다. 잠시 한번 둘러볼까요. 성당 앞에는 목조 종탑이 보입니다. 오늘은 안내하는 신부님이 계시지 않군요. 오른쪽에는 커다란 대리석 예수상이 있습니다. 성당 안으로 잠시 들어가 봅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합니다. 중간에 남녀가 구별 할 수 있는 칸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소박함도 보입니다. 마당 건너편에 새로 지은 건물이 태극 계명기술학교 인가 봅니다. 문이 닫혀 있는데 그 옛날 측량기술요원을 양성한곳 이랍니다.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오전 11시에는 순례객들을 위한 미사가 진행 되고 있답니다.
입구에는 커다란 감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네요. 가을과 겨울에 오면 빨간 홍시와 성당이 어울려 멋진 풍경을 연출 할 것 같습니다. 참고로 이곳 주변은 감으로 유명하여 씨가 없는 고종시를 임금님에게 진상 했던 곶감의 특산품 생산지이기도 합니다.
이곳을 나와 삼례읍을 지나 전주혁신도시 옆의 이서면 원동에 있는 초남이 성지로 이동 합니다.

 
3. 초남이 성지 유항검 생가터
이곳은 조선 천주교가 시작 된 1784년부터 카톨릭 초기 신앙공동체가 있는 복자 유항검이 나고 자란 곳입니다. 1784년에 이승훈에게 세례를 받고 전동성당에서 순교, 아들인 유중철은 전주옥에서 순교, 유중철의 동정부부인 이순이는 전주 숲정이에서 순교로 현재는 전주 한옥마을 뒷산인 치명자산 묘역에 합장하여 안치 되어 있답니다.
유항검과 그 가족이 신앙생활 하던 곳으로 커다란 집은 형을 받아 부서지고 웅덩이로 만들어 흔적이 사라진 곳에 다시 복원하여 지금의 생가터 성지를 복원 했습니다.
신분의 특권을 버리고 말씀의 실천, 나눔의 신앙으로 이루는 평등사상을 실천한 초대교회의 영성이 있는 곳이랍니다. 2014년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문하여 복자(福者)로 선포 되었답니다.
시골마을에 있는 성지라 차량 진입에 조심해야 합니다. 가장 먼저 유항검 가족 동상이 보이네요. 새로 지은 조그만 한 예배처소도 있습니다. 토요일에 미시도 드린답니다. 동정부부라는 커다란 자연석 표지석 옆으로는 연못정원으로 가꾸어진 유항검의 생가터가 있습니다. 연못 가장자리에는 유항검 생가터라는 표지석과 함께 예수님의 십자가상이 있습니다. 연못을 돌아 나오면 시골성당 모습인 성요섭 성당이 있네요. 연못의 모습도 무척 평화스럽습니다.
아메리카 열대지방이 원산지인데 그곳에서는 잡초 취급을 받는 칠면초라는 란타나 꽃이 예쁘게 피었네요. 꽃이 시간에 따라 일곱색으로 변한답니다. 저도 집에서 키워 보았는데 깍지벌레에 취약하여 실내에서 키우기 조금 어렵습니다.
유항검 생가터 포지석도 살펴보고 곱게 핀 한련화도 감상하며 연못을 돌아봅니다. 미사시간이 가까우니 많은 분들이 성당으로 들어가네요. 저도 잠시 성당 내부에 들어가 봅니다. 잠시 미사 모습을 보고 다시 나와 연못을 감상 하는데 금붕어도 살고 있네요. 수련 꽃은 아직 꽃을 피우지 않았네요.
1784년 호남천주교 발상지라는 표지석을 뒤로 하고 교리당으로 이동 합니다.

 
4. 초남이 교리당
이곳은 천주교인들의 희망의 공간으로 주님의 은총 안에서 새로운 신앙생활을 재정비 하는 곳입니다. 미사, 고해성사, 교육과 피정, 영적상담을 하는 곳으로 교리당, 순교자묘소, 십자가의 길로 조성 되어 있습니다.
이곳 교리당은 유항검이 동생 유관검과 같이 박해시대 천주교 교리를 공부하고 가르친 곳으로 호남 최초의 교리당으로 신앙 전습의 장소랍니다.
간단한 교리당 안내도를 참고하고 옆에는 건립을 추진 중인 순교자 기념성당 투시도가 있네요.
이곳의 신부님이 나와 일행을 반겨 줍니다. 유항검 나눔의 집으로 안내 하여 잠시 내부 모습도 보고 다른 일행은 이곳의 설명을 듣고 미사도 드립니다.
저는 나와서 주변을 둘러볼까 합니다. 미국수국이라는 목수국이 하얀 꽃을 탐스럽게 피어 있네요. 수국꽃과 예수님의 동상이 잘 어울립니다. 예수님이 햇볕에 뜨거울까봐 그늘을 만들어 주는 큰 나무도 식재하여 놓았습니다. 교리당 옆으로 이동하여 순교자 묘소로 가는 길에는 개량종 수국 익스 프레이션과 개량보리수가 빨간 열매를 달리고 있네요. 한두개 따서 맛을 보니 새콤달콤합니다. 보라색의 블루 마이제라는 꽃수국도 피어 있네요. 이곳에는 여러 종류의 수국이 있답니다. 심은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볼품은 없답니다. 나중에 잘 크게 되면 아름다움을 뽐내겠지요.
백성들의 죄와 고통을 대신한 예수님의 모습 동상이 마음을 추스르게 합니다. 이곳이 한국 최초의 순교자 묘소입니다. 윤치중, 권상연, 윤지현의 유해가 안치 된 곳입니다. 순교자의 유해를 찾아 2021년 9월에 이곳에 안치 하였답니다. 여기도 예수님이 지켜보시고 있군요.
이제 십자가의 길을 걸어 볼까 합니다.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고 걷는 모습들을 동상으로 꾸며 놓았네요. 마음의 참회를 하며 걷습니다. 몸으로 백성들의 죄를 사랑으로 실천하신 숭고한 정신을 되 집어 봅니다.
12처기도 길을 현재의 형태로 재현해 놓은 곳이랍니다. 이곳의 십자가의 길은 예수님을 따르는 신앙인들에게 특별한 이정표가 되는 곳이랍니다. 이곳에서 우리의 죄를 발견하고 참회하며 다시 용기를 얻어 새 삶을 이루는 곳이기도 합니다.
조선 천주교 최초 교리당이라는 표지석을 뒤하고 나오는 길에는 원추천인국 꽃이 색다른 모습으로 우리를 배웅 하는 것 같습니다.

 
저와 다르지만 비슷한 교리를 가진 완주의 천주교 성지를 오늘 찾아 돌아보았습니다.
신앙이란 인간에게 주어진 중요한 정신세계라고 합니다. 죄를 반성하고 참회 하므로 건강한 삶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어떤 종교를 믿든 연약한 사람임을 스스로 깨닫고 커다란 힘을 믿고 의지하여 평화로운 삶이되길 소망 합니다.
 
2024. 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