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2. 8. 11:07ㆍ카테고리 없음
태안 안흥진성 & 솔향기 길
식물도 또는 사람도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위치와 각도가 있습니다.
어디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우리는 나무 한 그루도 보기에 좋은 위치와 각도를 잡아 심는데 사람은 그렇지 않습니다.
분명 그 사람에게도 좋은 점이 있을 텐데 그것을 찾아보지도 않고 자기가 보고 싶은 방향의 시각으로만 바라보면서 미워합니다.
사람은 그가 누구인가 보다 내가 어떻게 보는 것에 따라 중요도와 의미가 크게 달라집니다.
오늘은 상대방을 어제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사람마다 다른 성격과 습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됩니다. 그렇게 하면 나도 아름다운 생각에 사로잡혀 행복한 날을 살 수 있답니다.
겨울이 시작되는 첫 주의 목요일입니다. 밤사이 추위가 더욱 깊어졌군요. 잠깐 일손을 멈추고 오늘 하루 태안반도 끝자락을 찾아 길을 떠납니다.
태안군 정죽리의 안흥진성과 가의도를 향하여 떠난 일정인데 아쉽게 오늘 가의도로 가는 배는 출항하지 않는답니다. 오늘 안흥진 성과 나머지 시간은 솔향기 길을 잠깐 걸어보고 오는 일정으로 진행합니다.
1. 태안 안흥진성
고속도로와 국도를 병행하며 달려 도착한 곳은 태안의 안흥진성입니다. 고즈넉한 성곽에 성문 위의 누각이 푸른 하늘과 반짝이는 아침 햇살에 멋진 모습으로 반겨줍니다. 바람이 많아 약간 을씨년스러운 날씨에도 기풍 있는 모습으로 보입니다.
안흥진성은 조선시대 만들어진 돌로 쌓은 성입니다. 진성은 조선시대 지방의 군사적 중요한 지역을 방어하기 위해 쌓은 성벽입니다. 바다와 강을 같이 지키며 방어하고 각 지방의 세곡을 수도로 운반하는데 사용했던 배인 조운선을 호송하는 역할을 담당하던 곳이랍니다. 유사시에는 강화도를 지원하기 위한 곡식을 관리하는 군사적 기능을 하던 곳입니다. 동시에 한양으로 가는 곡식을 안전하게 인도하는 임무도 수행하고 중국의 사신을 맞이하는 기능을 하기도 한 곳이랍니다. 전체 성벽의 둘레는 1,798m이며, 태안에 남아 있는 성곽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곳으로 성벽의 잔존상태가 양호하며 남문 주변에 성벽의 모습이 잘 남아 있어 조선 후기 성곽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된다고 합니다. 이곳은 15883년에 축조된 것이 확인되고 그 후 1655년에 보수와 성곽의 형태를 완공한 것으로 보인답니다. 지금도 계속 발굴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곳입니다.
해발 80m의 나지막한 곳으로 바다를 향하여 돌출된 구릉의 서쪽 끝에 자리하고 있어 외세의 침략과 변란의 제압에 용이 하도록 만들어진 방어진 성이라고 해석된답니다.
시계 방향으로 돌며 일부 성곽을 보며 걷습니다. 성곽 위를 걸을 수도 있지만 경사가 심하고 위험하여서 올라가는 포장된 길을 걷네요. 오르는 경사진 길 끝에는 태국사라는 사찰이 있습니다. 이곳은 수덕사의 말사랍니다. 백제 무왕 34년에 혜명산사가 꿈에 한 노인으로부터 계시를 받고 창건했다는 설화가 있습니다. 그 후 조선시대 세종대왕의 특명으로 중창되었고 중국으로 가는 사신들의 무사안일의 항해를 빌기도 한곳이랍니다. 국란에는 승병을 관할 했던 호국불교의 요지라고 소개합니다. 한때 안흥진성이 폐쇄되면서 태국사는 화재로 소실 되었다가 1982년에 중창하여 전통 사찰 제47호로 등록된 곳입니다.
성을 지키고 사수하고 있다고 알리는 깃발이 보입니다. 안흥진성 일부를 돌아보기로 하고 걷습니다. 성곽 밖으로 통하는 북문이 보입니다. 아직도 그 모습 그대로 형태가 남아 있네요. 성안에는 적은 동네도 자리하고 있습니다. 사방이 성곽으로 둘러 있어 동네가 따뜻하고 포근해 보입니다. 길가에는 겨울인데도 냉이 나물이 푸른 잎을 자랑하고 있네요.
남문까지 왔습니다. 남문과 주변 성벽 발굴조사가 진행되고 있네요. 안흥진성 남문에 대한 명확한 구조를 밝히고자 학술조사가 진행되고 있답니다. 올해 연말까지 발굴조사가 끝나면 복원하여 남문의 멋진 모습으로 재탄생 될 거란 기대를 해 봅니다. 학술조사단 관계자분이 나와 발굴에 관한 이야기도 들려주네요. 차질 없이 정확한 발굴이 이루어져 옛날의 모습이 재탄생했으면 합니다. 관계자의 양해와 허락을 얻어 잠시 발굴 현장을 돌아봅니다. 여기서 보는 안흥진 성 아래의 풍경이 무척 아름답습니다. 복원 공사가 완공이 되면 이쪽 남문을 통하여 왕래도 가능하답니다. 발굴되어 찾아낸 기와와 벽돌이 보입니다. 이제 동네 모퉁이길로 서문 입구를 향하여 내려갑니다. 사철나무의 빨간 열매가 귀엽고 탐스럽습니다. 길가에는 매콤 쌉쌀한 갓배추도 싱싱합니다. 태안 문화관광 안내소도 보이며 문화관광해설사도 운영한다는데 인기척이 없네요.
서문 입구의 성문 수흥루에 잠시 올라가 봅니다. 안흥진 성에는 4개의 성문이 있는데 동문의 수성루, 서문은 수흥루, 남문은 복파루, 북문은 감성루라고 하는데 서문 수흥루는 복원되어 있고 지금 발굴작업이 한창인 남문의 복파루는 복원이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안흥진성을 나와 잠시 안흥항에 왔습니다. 안흥항에 설치된 안흥나래교를 걷기 위해서입니다. 안흥항 관광 자원개발을 위해 설치된 해상인도교라고 합니다. 길이 293m로 경사로를 포함하면 394m라고 합니다. 2017년 10월 31일 준공했다고 하네요.
미국원산지 다년생 초본인 바늘꽃과의 가우라가 아직도 추운 겨울인데 꽃을 피우고 있네요.
안흥항을 나와 신진항의 가의도를 가는 여객선 터미널에 왔습니다. 추운 겨울이라 반찬과 밥도시락 보다 간편하게 식사할 수 있는 떡도시락을 준비해 왔습니다. 의령 부자마을의 유명한 망개떡과 광양의 기정떡 그리고 배 과일, 따뜻한 보온병의 물과 함께 간편 점심을 했네요. 여객선 터미널 주차장 공원에서 나 홀로 점심을 했답니다. 그런대로 점심 분위기 속에 맛있게 먹고 여객선 상태를 물어보니 풍랑으로 배가 출항을 금지한다네요. 가의도는 나중을 기약하고 신진항 모습을 기웃기웃 구경하기로 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보이는 해산물로 꽃게가 보이네요. 서해안의 가장 많은 어획고를 올리는 해산물입니다. 꽃게가 크고 먹음직스럽습니다. 꽃게선별장에도 잠시 들려 구경도 했습니다. 어촌 분들의 수고가 보이네요. 항구에는 어구 손질도 바쁘게 이루어지고 있네요. 물어보니 모두 외국 노동자들뿐입니다. 선주 외에는 어업에 종사하는 내국인은 별로 보이지 않는답니다. 외국인 노동자도 말을 걸어보니 제법 한국어도 잘합니다. 착하고 일도 잘한다네요. 수산 시장 활어센터와 건어물 상회도 돌아봅니다. 우럭과 갑오징어도 건조하고 있네요. 요즘이 물텀벙이라는 물메기도 조업을 많이 한다네요. 아직 저는 물메기는 먹어 보지 못했는데 겨울에 별미라고 합니다. 갑오징어, 우럭, 문어, 물메기도 살아있어 싱싱함을 더합니다. 신진항을 뒤로 하고 이제 태안 솔향기 길을 걷기 위해 이동합니다.
2. 태안 솔향기 길
오늘은 날씨도 좋지 않아 1구간 짧게 일부분을 걸을까 하여 목로골 입구에서부터 걷기 시작합니다. 목로골이라 함은 땔감이나 볏단을 지고 높은 고개를 넘다 보면 힘이 들어 목이 쳐지고 숨이 차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솔향기 길이라고 쓰인 이정표가 보입니다. 동네가 보이는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화살표가 길을 인도 합니다. 지레 넘어라는 안내문에는 돌로 이루어진 낭떨어지가 있다고 소개합니다. 시골집 정원에는 단풍나무가 곱게 빨강으로 물들었네요.
산토리니펜션를 지나 길을 걸어 가면 서해랑 길이라는 표시 띠가 보입니다. 이제부터 이 리본 표시를 잘 살펴보며 걸으면 됩니다. 표시 리본에 따라 우측방향으로 길을 선택하여 걷습니다. 바닷가에 소나무가 무척 많네요. 여기가 중막골 해변이랍니다. 여기서부터 종착지인 만대항까지는 약 5.9km라고 안내하네요.
솔향기 길 1코스 안내문에는 태안 절경 천삼백리 라고 소개합니다. 솔향기 길 1코스 역으로 걷습니다. 바다는 흐리고 바람이 무척 거세게 불고 있네요. 곧 비와 우박이 내릴 것 같습니다. 걷다가 비가 오면 동네 길로 내려갈 것을 예상하고 솔향기 길을 걷습니다. 길이 잘 만들어져 있네요. 예전에도 몇 번 다녀간 길이지만 오르락내리락 크게 힘들지 않은 길입니다.
솔향기 길를 잠시 소개합니다. 2007년 12월 7일에 허베이 스피릿호 유조선과 중공업 바지선이 충돌, 원유가 태안 인근 해역으로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하여 재난의 위기가 찾아온 곳입니다. 이런 비보가 방송과 보도를 통하여 전국에 알려지자 120만 명의 자원봉사자가 모여 원유로 뒤덮였던 바위, 자갈, 모래를 하나하나 정성으로 닦아 원유를 제거하였답니다. 그 정성과 노력 덕분에 태안의 해안지역이 서서히 예전 자연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답니다. 솔향기 길은 그전의 해안경비 순찰길을 해안지역의 기름띠를 제거하기 위해 모여든 자원봉사자들이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더 편하게 정비하고 다듬어진 길입니다. 120만 자원봉사자를 위한 보은의 길이라고 합니다. 저도 그때 일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직원들과 같이 이곳에 자원봉사를 나와 힘들지만 보람된 일이 기억을 스치고 지나가네요. 이곳 주민으로 길 개척에 앞장서서 노력한 차윤천님하고 찍은 모습도 다시 떠올려 봅니다. 많은 생각과 함께 이 길을 천천히 걷습니다. 아름다운 바닷가도 그때의 고마움을 간직하고 있는 듯합니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그때 일을 기억하며 이 길을 걷는 우리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전달해 주는 것 같습니다. 위험한 곳에는 안전 펜스도 만들어 놓았네요. 여섬이 보이는 곳까지 왔네요. 이곳을 다녀간 많은 산악회들의 리본이 걸려 있습니다. 모두 이 길을 기억하고 있겠지요.
행복 에너지와 정다운 길인 솔향기 길에서 시원한 솔내음을 맡으며 건강을 찾아가라는 안내문에는 안전 데크 시설물을 만들고 후원했다는 회사의 소개도 있습니다.
바로 앞에 여섬이 보입니다. 서해바다 쪽으로 이원방조제 축조로 제방 안에 있는 섬은 육지화되었는데 단 하나 남은 섬이 여섬이랍니다. 먼 옛날 선인들이 지명을 지을 때 이 섬이 유일하게 하나만 남게 될 것을 예견하고 남을 여(餘)자를 붙여서 여(餘)섬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또한 북쪽 가마봉 쪽에서 여섬을 바라볼 때 여인상으로 보인다하여 여(女)섬 이라고도 한답니다.
이곳에는 어족이 풍부하여 갯바위 낚시터 제일로 꼽는다고 합니다. 거센 바람과 비가 오기 시작하네요. 우산과 우비를 준비하지 않아 산길을 걸어 이제 동네로 내려가는 길을 택하여 걷습니다. 마늘밭에는 잘 자라고 있는 마늘들이 보입니다. 이곳 태안이 마늘로 유명하다고 하네요.
도로 너머로 염전이 보이네요. 이곳이 이화염전이라고 합니다. 만대항에 도착했습니다. 만대항에서 솔향기 길 시작 입구를 찾아 잠시 걸어 봅니다. 만대마을 소개도 합니다. 2016년 행복마을 컨테스트에서 문화복지 부분 대통령상을 수상 했다고 자랑합니다. 주민의 애환과 삶이 묻어나는 “만대 강강술래“는 지역 특색을 살린 민속예술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고 합니다. 이곳 만대마을은 갯별과 갯바위가 있는 다양한 지리적인 생태자원이 있어 녹색 체험마을로 전국에 명성이 자자하다고 하네요. 마늘, 고구마, 쌀, 고사리가 많이 생산되고 농사체험, 바다체험, 갯벌체험 등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답니다. 만대항도 소개합니다. 예전에는 작은 배 몇 척이 있는 포구였으나 2010년에는 지방 어항으로 승격되어 지금은 많은 배들이 정박하고 출항하는 포구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솔향기 길 1코스의 시작점 앞에 왔네요. 만대항에서 출발하여 삼형제바위, 당봉전망대, 가마봉 전망대, 여섬, 중막골, 작은어리골, 꾸지나무 해수욕장까지가 1코스입니다. 약 10.2km랍니다. 서해랑 길이라는 태안 73km의 소개도 있습니다. 태안 절경 천삼백리 솔향기 길의 시작 입구를 지나 해상 데크길을 걸어 봅니다. 비는 그쳤지만 바람은 거세게 불고 있네요. 침식된 해안절벽과 바위틈의 소나무들이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답니다. 일렁이는 파도도 바다의 풍경이 되어 주고 있네요. 몇 장의 사진으로 담아 보고 다시 뒤돌아 만대항으로 나옵니다. 만대항 포구에는 정박 중인 선박과 굿은 날씨로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 썰렁하고 쓸쓸한 느낌이 나는군요. 그래도 이런 모습도 나름대로 아름답습니다. 생각의 차이이겠지요.
오래전의 모습이 생각나게 하는 여행도 기억의 한 켠을 끄집어 낼 수 있는 좋은 일정이랍니다. 검은 기름으로 앞일이 캄캄하던 태안의 해변, 그리고 안타까움에 너도나도 태안 해변으로 달려와 몸소 기름때를 닦아내던 손길들.....
이제 다시 아름다운 해변의 솔향기를 맡으며 걸어보는 솔향기 길은 많은 생각과 여운을 남기는 소중한 여행길이 되었네요.
2024. 12.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