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싶은 섬 소안도 가학산

2025. 3. 1. 18:23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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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싶은 섬 완도의 소안도 가학산
 
2월의 끝자락입니다. 아침 공기부터 다름이 느껴집니다. 어느 틈인가 우리 곁에 봄이 살며시 다가오고 있는것 같습니다. 요즘 봄기운을 느낄까 하면 남쪽 바다가 생각나지요. 제주의 서귀포의 걸매생태공원에는 매화꽃이 피어 그윽한 향기를 뿜어내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완도군에는 완도 이외의 유명하고 잘 알려진 섬들이 많습니다. 생일도, 보길도, 노화도, 고금도 그 외에 여러 섬들이 있지만 오늘 다녀오는 소안도는 처음 방문하여 봅니다.
아침 공기가 그리 차갑지 않은 길을 달려 도착한 곳은 화흥포 선착장입니다. 여객 운임으로 일반인은 7,700원인데 도서민은 1,000원입니다. 더군다나 농협 조합원은 운임이 무료라고 합니다. 그리고 1시간 간격으로 출발하는데 아침 출발 10시 40분 배로 소안도로 갑니다. 여기서 소안도까지는 약 1시간 소요된다고 하네요. 노화도의 동천항을 들러 다음으로 도착한 곳이 소안항입니다.
오늘의 목적지인 소안도에서 가학산(359m)을 올라 주변의 경치를 감상 한 뒤에 항일운동의 유적지를 방문하고 오는 일정입니다.

소안도는 해방의 땅으로 일제강점기 들불처럼 일어났던 항일운동의 성지라고 합니다. 365일 연중 태극기가 펄럭이고 2015년 '가고 싶은 섬'에 선정되어 천혜의 자연경관을 바탕으로 누구나 한 번쯤 가고 싶은 곳이라고 합니다.
 
- 완도 안내책자 소개 문구 -
[소안도(所安島)는 전라남도 완도군 소안면에 속한 섬으로 면적 23.16㎢, 해안선의 길이는 42㎞이다. 완도에서 남쪽으로 17.8㎞ 지점에 있고 4개의 유인도와 6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져 있다. 인접한 보길도와 함께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을 이루고 있다.
북쪽과 남쪽으로 좁은 지협을 통해 연결되어 있다. 북쪽 지역은 도봉산을 중심에 두고 해안가에 마을이 형성되어 있고 남쪽은 북쪽보다 면적이 넓어서 가학산을 비롯해 여러 봉우리들로 둘러싸인 분지와 해안가 마을들이 이어진다. 분지 안에는 소안도의 상 수원지가 위치 해 있다.
일교차가 적고 겨울에 온화한 해양성 기후를 나타내며 1월 평균기온 2.5℃ 내외, 8월 평균기온 25℃ 내외, 연강수량 1,332㎜ 정도다.
비록 작은 섬이지만 민족의식을 고취하고 항일 정신을 대표하는 섬으로 유명하다. 이 섬에서만 독립운동가 88명이 배출되었고 유공자로 훈장을 받은 사람도 20명에 이른다. 그중 가장 유명한 사건은 당사도의 등대를 습격한 일이다. 이준하를 비롯한 소안도 주민들은 부속 도서인 당사도에 세워진 등대를 습격하여 일본인 4명을 사살했다.
1920년대에는 섬 주민이 6,000명인데 그중 불령선인이라고 찍힌 사람만 800명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항일 정신을 기리기 위해 1990년 6월 5일에 소안도 주민들의 성금으로 '소안 항일 운동 기념탑'을 세웠으며 옆에는 항일운동 정신을 기르고 지역 학생들의 교육을 책임졌던 사립 소안 소학교가 복원되어 있다.
모든 주민들이 집집마다 태극기를 1년 365일 내내 게양하며 길에도 게양되어 있는 경우도 많다.]
 
다행히 흐린날 이지만 바람이 불지 않고 포근한 날씨입니다. 평일이라 오늘 소안도를 찾아온 사람들은 우리 일행이 전부인 것 같습니다.
‘抗日의 땅 解放의 섬’이라는 표지석이 눈에 보입니다. 내일 모래가 3.1절인데 오늘 의미가 있는 섬 방문이 되겠군요.
마을버스 운행 시간은 아닌데 특별하게 부탁하여 마을버스를 대절 했습니다. 가학산 등산로 들머리인 물치기 쉼터까지 운행해 준답니다. 오랜만에 타보는 마을버스로 섬 풍경을 감상하며 달리는 기분이 오래전 고향 집 가는 설렘처럼 즐겁네요.
맹선재 가는 입구라는 곳이 가학산 들머리이군요. 여기서 가학산이 3.7km랍니다. 탐방로 안내표지판도 보이네요. 산행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배려한 안내문이 고맙습니다.
오늘 걸어야 할 거리는 가학산을 오르고 내려 항일운동 기념관을 지나 소안항 선착장 까지 11km로 약 4시간 30분 소요 예정으로 산행을 시작합니다.
산길은 비교적 완만한데 겨울 내내 운동을 소홀히 하여 시작부터 힘든 산길입니다. 아무튼 천천히 일행들에게 피해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힘을 내어 봅니다.
가힉산 2.2km 지점까지 왔습니다. 유명한 산이 아닌데도 산행길 중간중간 이정표를 잘 정비하여 놓았습니다. 조그마한 돌탑이 보이는 곳에 오니 주변의 바다 풍경의 경치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오래전에 방어진으로 만들어 놓은 돌담이 보입니다. 임진난 때 왜적의 침입으로 쌓아놓은 것으로 추측되네요. 잘 정비하여 보존해 놓으면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후대를 위해 이런 흔적도 하나의 역사 유물로 가치가 있거든요.
남쪽 섬이라 산행길 주변과 산에는 겨울인데도 상록으로 파란 잎을 달고 있는 늘푸른나무들이 많이 보입니다.
산길을 오르니 땀이 나기 시작합니다. 아직은 겨울바람이 추울까 봐서 안에 입고 온 패딩 조끼를 벗었습니다.
전망이 좋고 평평한 곳에서 오늘의 도시락 점심을 했습니다. 몇 가지 반찬이지만 땀 흘리고 먹는 밥은 맛이 없을 리가 없답니다. 도시락밥 한점, 그리고 주변의 경치 한점이 추가 반찬이 되어 주었답니다.
이곳에도 상록참나무인 가시나무가 보이는군요. 잎의 거치를 보니 종가시나무입니다. 오르는 산길 주변에는 분재나무의 대명사로 취급하는 소사나무가 무척 많습니다. 나무의 수형들이 무척 아름다운 자연 분재나무를 보는 것 같습니다.
‘해도정’에 도착했네요. 독립운동에 앞장서서 애석하게 요절한 독립운동가 송내호 선생을 추모하기 위해 출생지인 고향에 세운 정자로 선생의 호 解濤와 같이 ‘해도정’이라 명명했답니다.
여기 해도정에서 가학상 정상까지는 이제 1.7km 남았네요. 맹선 들머리에 이곳까지 2.0km 왔군요. 아름다운 오솔길처럼 생긴 산길이 이어집니다. 약간의 경사가 있어도 걷기 쉬운데 왼쪽 무릎이 시큰거리 빨리 걸을 수가 없어 천천히 조심조심 걷습니다. 두리번거리며 찾아보는데 야생화는 보이지 않네요. 요즘 산자고와 노루귀가 있을 것 같은데 보이지 않습니다.
걷기 힘든 곳에는 안전데크 계단이 설치되어 있답니다.
양치식물인 바위손으로 부처손 또는 불사초라는 식물이 보입니다. 마를 때 형태가 손처럼 생겼다고 부쳐진 이름이랍니다. 비가 오면 다시 원래대로 잎이 펴진답니다. 잎을 달여서 약재로도 사용한다는데 마구 채취하여 요즘은 보기 힘든 식물입니다. 건강에 좋은 다른 약재들이 많이 있으니 산에 오면 함부로 채취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특이하게 생긴 나무가 보이는데 소나무로 바닷가 주변에 많은 곰솔인 해송 같습니다. 걷다가 힘들면 잠시 쉬어가라 몸소 의자를 만들어 자라는 것 같습니다. 걷는 사람보다 자라는 것이 더 힘들어 보여 그냥 모습만 보고 갑니다. 남부지방과 제주도의 곶자왈 숲에 많이 보이는 콩짜개 넝쿨이 보입니다. 난대성 양치식물로 요즘 꽃집에서 테라리움용으로 배양해서 팔기도 합니다. 잎의 형태가 콩을 짜개 놓은 것과 비슷하여 콩짜개 넝쿨로 부른답니다. 녹영이라는 다육이 콩란하고는 계통부터가 다른 종입니다.
걷다가 죽은 활엽수나무에 목이버섯 같아 보이는 버섯이 자라고 있네요. 크고 작은 상당히 많은 양의 버섯이 보이는데 따서 가져오고 싶기도 했지만 따지 않고 눈으로만 먹고 왔습니다. 양식을 주로하여 자연산은 보기가 쉽지 않은데 여기서 보게 되네요. 이런 보기드문 모습을 보는 재미도 산행길에 있답니다.
가학산 정상 가는 갈림길 이정표가 보입니다. 여기에서 잠시 쉬면서 힘들면 동네로 내려가는 길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동네로 내려가는 길이 더 멀 것 같은 생각입니다.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아 길을 잃을 염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조금 힘을 내면서 가학산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여기서부터는 바위 길이 많이 있답니다. 오르다 보니 바위 지대에는 주변의 바다 풍경의 아름다운 모습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곳에서 잠시 쉬며 풍경과 함께 모습도 담아 봅니다. 후미 산행길을 같이 해준 분이 멋지게 사진도 찍어 주네요. 저도 그분들의 모습도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담아 드렸답니다.
드디어 돌탑이 보이고 가학산 정상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드디어 도착했네요. 정상에서 보는 풍경은 정말 그림 같습니다.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다는 성취감이 고맙기도 합니다. 정상이 이닌 몸으로 이런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행복감도 밀려오네요. 날씨가 더 화창했다면 하는 생각은 욕심일까요. 이 정도 날씨도 감사해야겠지요. 날이 흐려집니다. 먹구름도 몰려오고 해서 하산길을 재촉합니다. 내려가는 길에도 쉼터 정자가 보입니다. 이곳을 ‘학운정’이라고 한답니다. 기암괴석과 빼어난 절경이 학이 나래를 편 모습 같다고 하여 지어진 이름의 쉼터 정자랍니다. 하산길 끝 미라리가 이곳에서 1.0km 남았군요.
보춘화라는 춘란도 보게 됩니다. 무척 큰 개체입니다. 오래동안 여기서 자란 개체 같습니다. 남부지방 야산에 예전에는 많이 볼 수 있었는데 너무 많이 체취와 훼손으로 찾아보기 힘든 우리의 자생란인데 무척 반가웠답니다. 자세히 보니 조그마한 꽃망울을 만들고 있네요. 3월 중순쯤이면 초록색의 꽃을 피울 것 같습니다. 춘란은 아쉽게 향기가 없답니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울창한 상록수림 숲이 이어집니다. 잔디밭 쉼터까지 왔네요. 이제 조금 내려가면 산행길 날머리 입니다. 수줍은 동백꽃이 산행길 수고를 격려해 주는 듯 예쁘게 고개를 내밀고 미소를 띠워 줍니다.
가학산 날머리에 도착하여 이제부터는 도로를 걷기 시작합니다. 도로를 걸어 항일운동 기념유적지을 지나 소안항까지 걷을 겁니다.
길가에 운동장 약수터가 보이네요. 깨끗한 약수물이 졸졸 흐르고 있답니다. 여름철에는 산행길의 반가운 식수가 되겠군요. 겨울이라 목이 마르지 않아 생략하고 그냥 걷습니다.
겨울철에도 밭에는 푸르름을 자랑하듯 싱싱한 채소들이 자라고 있네요. 남부지방 산길에 자주 보이는 도깨비고비도 보이고 텃밭에는 양파가 겨울을 이기고 자라고 있습니다.
오래된 시골집의 돌담이 정겹습니다. 무척 오랜 세월 동안 비바람을 이기고 집을 지켜준 흔적이 무척 아름다워 보여 사진 한 장 담아 갑니다.
항일운동기념관에 도착했네요. 이곳은 일제 식민지 암흑기에 항일운동을 했던 곳이랍니다. 독립군자금을 모으고 농민운동을 전개하는 한편 자주독립과 광복을 위해 목숨을 바친 애국선열을 추모하고 역사의 교훈을 삼기 위해 만들어진 곳입니다.
바로 옆에는 그 당시 민족의 신교육을 담당하던 학생수가 270명 이였다는 사립 소안학교가 있습니다.
“꺼지지 않는 민족혼 항일의 성지 소안도”라는 표지석 뒤로는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네요. 항일운동 기념탑도 돌아보며 3.1운동의 뜻도 새겨 봅니다. 나라를 잃으면 사람만 수탈당하는 것이 아니라 나라의 모든 자원이 수탈당한답니다. 야생동물도 수탈, 좋은 식물, 나무도 수탈, 지하자원도 수탈, 하다못해 섬진강 모래까지 수탈당한답니다.
바로 옆에는 소안도 항일운동의 역사를 알아볼 수 있는 기념관도 마련해 놓았네요. 잠시 들어가 봅니다. 국토의 외진 남서쪽 태평양을 여는 길목에 자리 잡은 소안도에서도 항일 구국 운동으로 국운이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로웠던 시절, 옥살이를 겁내지 않고 목숨까지 조국에 바쳤던 팔백여 명의 소안 청년 애국자들을 기리는 곳이랍니다. 그들의 정신과 나라 사랑의 마음들을 알아볼 수 있는 곳입니다.
항일운동 기념관을 나와 소안항을 향하여 길을 걷습니다. 황칠나무를 재배하는 곳이 보입니다. 두릅나무과에 속하는데 옷칠과 약용으로 남부지방에서 많이 기르고 있답니다. 황칠은 목재뿐 아니라 금속에도 칠을 하면 순금 같이 아름다운 황금색을 띠어 왕실에서 쓰이는 양이 많았다고 하며 강력한 황산화 작용으로 체내 활성산소를 중화시키는 역할을 하여 노화 방지, 면역력 강화, 항염작용의 약재로 쓰인답니다.
동네 길옆에도 항일 전적 유적지가 있네요. 잠시 돌아보며 벽면에 장식한 커다란 태극기도 사진으로 담아 봅니다.
바다 가운데로 난 도로를 걷다 보면 우측으로 달목 공원이 보입니다. 여기서부터 소안항까지 600m에 달하는 곳이 태극기 거리라고 합니다. 나라의 중요한 날이 아닌데도 이곳 소안도는 집집마다 태극기 게양대가 있어 365일 태극기가 달려 있습니다.
소안도 항에 도착하여 육지로 향하는 배를 타고 나왔습니다.
 
숲과 바다, 섬으로 어루어진 소안도에서 항일운동의 뜻도 마음에 담고 섬자리 숲길 트레킹으로 아름다운 섬 해안 경관을 감상하며 기억에 남을 멋진 여행길이 되었답니다.
마음의 여유란 무엇일까요? 가슴속 짐을 다 털어 버린 홀가분한 마음과 같이 살면서 때로는 가끔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가 마음의 여유 같다는 생각입니다.
 
2025. 2.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