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2. 10. 03:20ㆍ카테고리 없음
배낭이라는 가방을 등 뒤에 수많은 생각을 짊어지고 여행을 떠납니다. 걷다가 거센 비바람도 맞아 온몸이 적셔 버린 날도 있고 길을 모르고 헤매며 당황하여 눈물을 비 오듯 흘릴 때도 있습니다. 때로는 따뜻한 바람의 속삭임으로 힘이 나서 하루의 길을 가볍게 걷기도 합니다.
힘들다고 등에 짊어진 배낭 속의 짐들을 다 버린다면 한동안은 홀가분하고 편하다는 생각이 들지 모르지만 나중에는 분명 후회를 하게 된답니다. 그래서 우리는 버거웁지만 등에 맨 배낭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까닦도 여기에 있습니다.
오전에는 다른 일로 시간을 보내고 점심을 먹고 제주의 폭포를 찾아 가기로 했습니다. 제주에 사는 사람들도 부지런하지 않으면 쉽게 볼 수 없는 폭포들입니다. 저도 제주에 여러 번 왔어도 정방폭포와 천지연 폭포 외에는 보지 못 했습니다. 제주의 지형은 화산석으로 물이 쉽게 고이지 않아 비가 많이 온 뒤 외에는 폭포를 보기 어렵습니다.
엉또폭포는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동 월산마을에 위치한 곳에 있는데 차이나타운이라는 별난 짬뽕으로 유명한 중화요리집을 끼고 500여m를 걸어 한참을 들어가서 감귤 밭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오른쪽인 서북쪽으로 800m 정도 가면 볼 수 있는 폭포입니다.
버스를 타고 걸어서 터벅터벅 뜨거운 햇볕을 견디며 걸어서 찾아온 사람은 저 혼자뿐인 것 같습니다. 걸어가면서 제주에서 자생하는 멸종 위기 2금 야생식물인 황근나무가 예쁘게 꽃을 피우고 있고, 귀신도 무서워하는 무환자나무, 우리나라에서 잎이 가장 큰 통탈목. 올 여름의 마지막 수국 그리고 해맑게 핀 무궁화 등을 보면서 걷는 것도 도보여행자의 특권입니다.
이곳의 악근천이 건천이므로 산간 지방에 70mm 이상 강수를 보일 때만 폭포를 볼 수 있습니다.
숲 속에 소리 없이 숨어 지내다가 한바탕 비가 쏟아질 때 위용스러운 자태를 드러내 보이는 엉또폭포의 높이는 50m에 이릅니다. 주변의 기암절벽과 조화를 이뤄 정말 독특하고 웅장한 매력을 뿜어냅니다. 폭포 주변의 계곡에는 천연 난대림이 넓은 지역에 걸쳐 형성되어 있으며 사시사철 상록의 풍치가 제주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엉또는 제주도 말인데 "엉"은 작은 바위라는 뜻이고 "또"는 입구라는 뜻이랍니다.
중국 원나라 순제가 1367년 이곳에 피난궁을 만들기 위해 금은보화를 감추어 둔 곳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그 당시 이곳이 얼마는 외지고 험한 곳인지 짐작이 갑니다. 또 이곳의 수직절벽에는 천연기념물 323호인 황조롱이가 서식하고 있답니다.
중문단지로 가는 버스정류장에서 오래도록 기다리다가 겨우 버스를 타고 천제연폭포를 보러 갔습니다.
옥황상제의 선녀들이 밤이면 이곳에 내려와 목욕을 하였던 곳이라 하여 천제연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제1폭포가 떨어지는 천제연 옆의 바위동굴은 천장으로부터 얼음보다 더 차가운 물이 흘러내려 예로부터 이 물을 맞으면 모든 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하여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고 합니다.
접근이 쉬운 중문관광단지내에 있는데. 상·중·하 3단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제1폭포는 다리가 있는 높이 22m의 절벽에서 떨어져 깊이 21m의 짙푸른 천제연을 이루고, 그 천제연의 물은 다시 흘러서 제2폭포가 되어 떨어지고, 또다시 제3폭포가 되어 떨어져 바다로 흘러가는 장관을 이루눈 폭포의 명소입니다. 예전에 여러번 방문하여 본 2, 3폭포는 생략하고 평소 비가 오지 않으면 볼 수 없는 1폭포만 보고 왔습니다.
쉽게 보지 못하는 폭포를 오늘 2군데나 잘 보고 온 것 같습니다. 힘차게 떨어지는 폭포를 보고 힘과 좋은 기운을 받고 온 행복한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