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망운산 노을길

2023. 2. 13. 00:44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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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많은 것을 잃으며 산답니다. 시간을 잃고 나면 우리는 나이를 얻고 성공을 잃고 나면 실패를 얻는답니다. 하지만 그 잃는 것에 대해 우리는 나름대로의 생각을 정리하고 어차피 잃은 것에 대한 스승을 찾을 줄 아는 지혜도 필요 합니다.
원했던 것도 얻고 있는데도 이미 얻은 것을 느끼지 못할 때도 많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불행하다고 느끼는 가 봅니다.
잃고 나면 반드시 얻는 것도 있음을 기억해야 한답니다.
다가가지 않아도 스쳐 지나가고 등을 떠밀지 않아도 성큼성큼 지나가는 시간이라는 세월,
무엇에 그리 쫓기며 살고 왜 이리도 바쁘게 살고 있는지 돌아 볼 필요도 있습니다.
세월은 참 빨리도 갑니다.
돌아보면 남는 것도 가진 것도 별로 없는데 무엇을 위해 이렇게 모두 정신없이 사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뿐입니다.
가끔 문득 바라본 하늘은 높고 끝이 어디인지 까마득하지만 정말 가끔은 아무것도 안하고 하늘만 보고 싶어지는 시간도 있습니다.

짙은 먹구름 속의 장마철인데 여행을 떠나도 될려나 망설이기도 했습니다. 장마전선이 중부지방에 머물러 있다고 하기에 남쪽 끝 남해로 길을 떠납니다. 저녁 해질 무렵에 걸으면 더 멎지다는 경남 남해 망운산 노을길입니다.
남해에는 바래길이라 칭하는 14코스의 해변길이 조성 되어 있습니다. 그중 마지막코스인 14코스의 망운산 노을길은 서성마을 스포츠파크에서 시작하여 예례마을, 상남, 작장, 남상마을을 지나 노구마을까지의 약10.4km의 구간입니다.
아름다운 길에서 아름다운사람을 만나 나도 아름다워 지는 길이라는 테마로 조성 했다고 합니다. 오늘 얼마나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날지 기대를 안고 노을길을 걸어볼 생각입니다.
바래길이 무슨 길인지 알고 걸어야 걷는 의미도 생각해 보겠지요. 바래란 말은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물때에 맞추어 파래, 미역, 고동 등을 채취하던 바닷가 여인들의 고달픈 삶이 뭍어 있는 길이랍니다.
이 슬프던 길을 이젠 낭만과 아름다운길이 되어 걸으니 아이러니 하기도 합니다.
오늘은 어제 갑자기 부탁을 하여 참가하게 된 산악회단체를 이용하여 이 노을길을 걷고자 따라 왔습니다. 모두 모습부터 아름다운 사람들과 오늘 하루 동행자가 되었네요. 물론 마음도 아름답겠지요. 여름철의 상징인 수국꽃이 먼져 반겨 주네요. 짙은 구름으로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불분명한 해안가 모습도 시작의 느낌을 좋게 합니다. 해안가를 따라 자동차길로 걸어 예계 마을 까지 왔네요. 원래는 해변길이 있는데 통제 되어 있나 봅니다. 예계마을 어촌을 지나 바닷가 길을 걷습니다. 여기도 제주올레처럼 방향표시리본이 길안내를 해주네요. 풍향계처럼 보이는 시설물도 보입니다. 500원을 주고 물어보고 싶은데 물어볼 주민이 보이지 않네요. 파도에 떠내려온 미역줄기와 같이 바다내음이 그윽합니다. 파도에 부서진 바위들도 오랜 세월의 흔적이 보입니다.
거센 바닷바람에도 자리를 지키고 서있는 나무에게서도 힘을 얻고 갑니다. 무화과열매가 탐스럽게 달려 있네요. 바닷가 기임 절벽도 멎진 풍경입니다.
여름장마에 참깨도 꽃을 피워 열매를 만들고 있네요. 벌써부터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나는 것 같습니다. 보아도 보아도 질리지 않는 바다풍경이 매뢰 되어 걷습니다. 제주해변 같은 느낌의 종려나무가 있는 팬션도 있네요.
이제 몽돌해변을 걷습니다. 파도에 구르는 몽돌의 하모니가 꼭 오케스트라의 음색처럼 곱습니다. 홍합이라는 담치 어린종패가 떠내려온 부표에 자라고 있네요. 강인한 생명력을 느껴 봅니다. 몽돌 자갈 해변을 뒤로하고 걷습니다. 여기도 아름다운 팬션이 있네요. 노을길을 걷다 여기에서 하룻밤 지내고 가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중간 중간 길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이정표도 잘 되어 있어 걷는데 고마움을 느끼게 되네요. 뿌리에서부터 줄기, 잎, 열매를 모두 약으로 사용 한다는 비파나무의 노란열매가 열렸네요. 몇 개 따서 맛을 보니 달달합니다.
공룡발자국이 있을 것만 같은 넓은 바위길입니다. 미끄러우니 조심조심 걸어 나옵니다. 해변의 언덕길도 지나 작장마을 포구까지 왔네요.
이곳에서 같이 온 일행들과 맛있는 도시락 점심을 했습니다. 가져온 음식들은 어느 유명한 음식 보다 훌륭합니다. 바다향기 속에 또 여러 일행과 같이 정담을 나누며 먹는 도시락이여서 인지 모르겠습니다.
점심을 하고 나머지 구간을 진행 합니다. 논에 자세히 보니 우렁이 살고 있네요. 잡초제거용으로 무농약으로 농사를 짓고 있네요.
위험한구간은 시설물도 설치되어 있습니다. 무궁화꽃도 피어 있고 외양간에는 귀여운 송아지도 반겨 주네요. 따먹고 싶은 돌배나무도 보이고 송엽국은 꽃을 피웠네요. 꽃구경도 하며 길을 걷습니다. 수국도 탐스럽고 능소화의 수줍음도 기억하고 걷습니다. 해송인 곰솔나무가 있는 공원도 보입니다. 잠시 쉬었다 갑니다. 여기 남쪽에는 꼬마 단호박 농사를 많이 하는가봅니다. 벌써 수확을 마쳤네요.
바닷가에 아주 조그만한 집이 보입니다. 부지런한 손길이 아담한 정원을 잘 꾸며 놓았습니다. 길가는 나그네들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이제 경사진 언덕길을 오릅니다. 높은 곳에서 바다를 보는 풍경이 너무 멎진 모습입니다. 시원한 바람도 무척 깨끗하네요. 언덕길을 걸어오면서 보니 이곳에는 모시나무가 많이 보이네요.
노을길 끝인 노구마을까지 무사히 왔네요. 3시간 30분코스를 너무 아름다움을 느끼며 걸었던 것 같습니다. 걸으며 도란도란 말벗이 되어 주신 분들께도 감사 드려야 하겠지요.
아름다운길에서 아름다운 사람들과 아름다운 풍경 속에 모두 하나같이 아름다움을 느끼며 걸었답니다.
걷고 오면서 하동에 들려 빠른저녁으로 제첩국도 맛있게 먹고 화게장터도 둘러보고 돌아 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