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2. 6. 09:49ㆍ카테고리 없음
대마도 힐링여행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처럼 무명화가가 그려 놓은 나뭇잎 한 장 같은 달력이 달랑 작은 바람에도 팔랑거립니다.
아쉬움으로 한 해를 채웠다는 텅빈 것 같은 마음으로 뒤 돌아 보면 후회와 붙잡아 놓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래도 감사의 조건이 많이 있음을 행복해하며 또 한해를 이렇게 보냅니다.
내놓을 게 없는 내 자신이 부끄럽지만 또다른 기다림의 한해가 있기에 초조한 마음을 달래봅니다. 욕심을 버리자고 다짐하며 한해를 맞이했었는데 욕심을 추구하며 살았던 한해입니다. 손하나는 펼치면서 뒤에 감춘 손은 꼭 쥐고 있는 부끄러운 나의 모습 이였습니다. 비우면 채워지는 이치를 이젠 어렴풋이 알아가는 나이지만 한 치 앞도 모르는 숙맥처럼 바쁘게만 흘러버린 한해를 뒤로하고 조용히 나무숲이 우거진 따뜻한 남쪽을 찾아 떠났습니다.
늣은 저녁 하드케이스에 옷 한가지 주섬주섬 넣어서 부산으로 가는 심야버스에 올랐습니다. 텅빈버스 안이 꼭 빈 내 마음 같았습니다. 서부산 사상터미널에 새벽 2시 가까이 도착하니 마땅히 갈 곳이 없네요. 그렇다고 모텔의 숙소에 혼자 달랑 들어가기는 쑥스러워 룸카페를 찾았습니다. 늣은 밤에 조용히 차한잔으로 휴식을 할 수 있는 곳인데 찾아가니 아쉽게 영업을 하지 않네요. 그래서 무작정 걸어 보았습니다. 예전에는 병원대합실에서 쉬며 지하철운행시간을 기다렸거든요.
마침 24시간 영업을 하는 엔제리너스 커피숍이 보이네요. 카프치노한잔을 시켜놓고 자리를 잡았습니다. 생각 외로 커피숍 안에는 많은 젊은이들이 책을 보거나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습니다. 나이든 사람은 저 혼자더군요. 졸다 깨다 하다가 5시쯤 지하철에 내려가니 5시 23분 지하철이 첫차라고 합니다. 지하철를 타고 초량역에 내려 새로 신축한 국제여객선터미널에 도착하여 세면과 간단한 아침을 했습니다.
일본 후쿠오카와 대마도에 가는 여행객들이 많습니다. 1박2일 여정으로 대마도에 다녀 올까하고 부산에 왔으니 대마도행 니나여객선 발권을 받아 승선하여 히타카츠항에 도착 했습니다.
한국선적으로 미래고속의 니나호는 새롭게 건조한 카타마린 형식의 에코선박으로 총440명 정원입니다. 신형 조선된 배로 각종 편의시설과 안전장치가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히타카츠와 이즈하라를 운행하는데 히타카츠 까지는1시간 50분 소요된답니다.
몇 년 전에 혼자 해변 길을 걸을까하고 히타카츠에 홀로 왔었는데 대합실을 증축하고 주차장도 넓혔군요.
단체일행과 같이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전주에서는 홀로 출발 했지만 여러 사람이 같이 움직이는 단체를 이용하면 편하고 신경쓸 일이 없어 좋습니다.
예전에 걸었던 해변 길로 버스가 천천히 움직입니다. 많은 생각을 하며 걸었던 추억이 생각나서 마음에 미소가 나오더군요.
도노자키언덕까지 왔습니다.
쓰시마 해전 유적지로 러시아 병사 위령비가 있는 곳입니다.
대마도 도노자키는 1905년 5월 27일 도고 헤이하치로 사령관이 이끄는 연합함대가 러시아 로제스트 벤스키 사령관이 이끄는 발틱 함대를 격침시키고 러일전쟁을 승리로 이끈 곳입니다.
그후 일본은 2005년 5월 27일에 러일전쟁 100주년을 기념해 전승기념비를 세웠습니다.
전승기념비에는 일본군에 체포돼 사세보 해군병원 침대에 누워있는 로제스트 빈스키 사령관을 찾아와 악수를 청하는 도고 사령관과 사세보 해군 병원장 그리고 일본 수뇌부 등과 함께 평화와 우호라는 글이 새겨져있습니다.
일본의 역사도 있는 곳이지만 저는 그것보다도 이곳의 해안경치가 마음에 드네요. 그리고 강대국들의 사이에서 어려움을 당하던 우리의 역사를 생각하여 봅니다.
차를 타고 이동합니다. 해안가 멀리 보이는 하얀 백사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미우다하마 해수욕장입니다.
일본의 해안 중 아름다운 곳의 100선에 선정된 곳입니다. 이곳은 쓰시마에서는 보기 드문 고운 입자의 천연 모래해변으로 얕고 푸른 바다는 한여름 가족들이 물놀이하기에 적격인 곳이라 여름에는 일본인뿐 아니라 우리한국인들도 많이 찾는 곳입니다. 에메랄드빛의 바다는 남국의 정취를 느끼게 합니다. 고운모래 위를 걸으니 너무 부드럽습니다. 전번에 왔을 때는 물이 빠져 돌섬까지 올라가 사진을 찍었는데 오늘은 물이 들어왔네요. 참으로 경치가 좋은 곳입니다. 연인끼리 찾아오면 참 좋겠구나하는 생각을 많이 하는 장소입니다. 해수욕장 위에는 아름다운 온천시설도 있는데 그때도 저 온천에서 하루지내다 가면 좋겠구나 했었는데 오늘도 그 생각이 나네요.
이제 점심을 먹을 시간입니다. 여기 대마도는 일본본토처럼 큰 식당도 없습니다. 조그만한 시골어촌마을로 생각하면 됩니다. 조금 낡은 일본식 집인데 2층으로 안내되어 들어가 일본우동과 스시가 나왔네요. 아무튼 맛이 있네요. 일본음식은 양이 적고 깔끔하여 제 입맛에 잘 맞습니다.
점심을 먹고 하대마로 이동합니다. 이즈하라에 있는 여행지로 가기 위해서는 만관교를 지나가야 합니다. 여기 만관교에서 잠시 쉬며 만관교를 걸어 봅니다.
빨간색의 철재다리인데 파란바다 빛과 잘 어울리지만 조선을 침입하기 위한 지름길로 이용한 해협으로 마음은 편치 않습니다.
일본해군이 함대의 통로로써 인공적으로 만든 해협에 다리를 세웠으며 이는 현재 둘로 나누어 진 쓰시마를 이어주는 교통의 요지가 되어있습니다. 만조 때의 조류는 여러 겹의 소용돌이를 만들어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경관은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합니다. 파란물이 무섭기 까지 하네요.
이제 이즈하라에 왔습니다. 구국항일투쟁의 상징인 최익현 선생의 추모비가 있는 곳인데 아쉽게 입장을 금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한국 사람이 이 곳을 방문 관람하다가 구석에 방뇨를 해서 일본인들이 출입을 통제 했다고 합니다. 참으로 챙피한 일이네요. 예전에 왔던 생각이 나더군요. 골목도 그대로 있고 이곳에 술집이 많은 곳인데 간판도 여럿 보이네요.
일본하면 신사가 떠오르지요. 팔번궁신사에 왔습니다. 마리아의 위령비가 모셔져 있는 곳입니다. 그녀는 임진왜란 당시 무장으로 유명한 고니시 유키나가의 딸인데 말년에 권력다툼에 패배한 아버지가 참수 당하자 천주교에 귀의하여 이름을 마리아로 바꿨다고 전해집니다.
커다란나무와 일본의 고풍스러운 신사는 일본에 왔으니 구경 할만합니다. 일본의 종교문화를 이해하는데 필요합니다.
고려 통신사들이 일본에 문물을 전해주기 위해 머무르던 곳으로 고려문은 옛 이즈하라의 성문으로 조선통신사의 행렬을 맞이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현재의 문은 태풍으로 인해 훼손된 것을 1989년 복원했다고 합니다. 임진왜란 후 조선과의 국교 회복을 위해 200년간 12회에 걸쳐 통신사 사절이 이뤄졌고 우호 관계를 위해 1992년에 건립했다고 합니다.
조선통신사비 옆으로 가면 덕혜옹주 결혼 기념비가 나옵니다. 조선왕조 26대 고종황제의 딸 덕혜옹주는 1931년 5월 대마도 다케유키 백작과 정략 결혼하여 두 사람 사이에는 딸이 있었으며 1955년 이혼 후 1961년 귀국한 덕혜옹주는 1989년 창덕궁 낙선재에서 별세하였습니다. 현 기념비는 2001년 11월에 복원된 것으로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하는 듯에서 건립되었습니다. 일본인 남편도 덕혜옹주를 사랑 했다고 합니다. 나중에 창덕궁에 있을 때 남편이 왔는데 덕혜옹주는 남편을 만나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슬픈 사랑의 역사가 있는 곳입니다.
시내의 대형쇼핑몰 구경도하고 약도 구입하고 저녁에 지낼 숙소에 갔습니다. 여기서는 호텔인데 겨우 3층의 모텔정도 합니다. 그래도 이곳 일본의 어촌시골에서는 제법 큰 숙소입니다. 온천도 있군요. 일단 저녁식사를 하는데 삼겹살이 나왔네요. 야채랑 같이 구워 먹으니 좋습니다.
나홀로 2층 숙소에 짐을 놓고 바로 온천을 하러 갔습니다. 그래도 일본에 오면 온천은 필수 이지요. 참 개운합니다. 저녁에 잠이 잘 올 것 같습니다.
아침 조식을 하고 에보시다케 전망대로 갔습니다.
예전에 여기에 왔는데 비가 와서 겨우 기념사진만 찍고 간적이 있는데 오늘은 날씨가 무척 좋습니다.
한국의 조도군도, 베트남의 하롱베이처럼 섬들이 조각조각 떠 있는 모습이 참으로 놀라운 풍경을 만들어 냅니다.
쓰시마의 두 섬을 이어주는 만제키다리와 리아스식 해안, 아소만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유일한 전망대로 주차장에서 전망대 건물까지 조그만한 오솔길 몇 개의 계단만 오르면 멋진 전망을 한눈에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해변가에 자리한 와타즈미 신사에 왔습니다. 바다 속에 있는 도리이가 보이네요.
바다의 신을 모신 해궁으로 용궁전설이 있는 곳입니다. 바다로 이어진 다섯개의 도리이는 일본 문화를 느끼게 합니다. 본전 정면의 다섯 개의 도리이 중 바다 위에 서 있는 두 개의 도리이는 만조에 따라 그 모습이 바뀌어 잔잔한 아소만과 어우러져 용궁신화의 전설이 떠오릅니다. 역사적으로 각 시대별 성주나 국가의 원수들이 숭상한 곳이며 대마도 도민은 물론 일본 전국 각지에서도 많은 참배객들이 찾고 있다고 합니다.
신사 뒤쪽의 산책길로 걸어 나오면 좋습니다. 아름드리 삼나무와 편백나무가 어우러진 산책길이 너무 좋습니다. 사실 저는 이런 길을 걷고 싶어 이 곳에 왔습니다.
힐링의 최적화공원인데 슈시강가를 따라 걷는 길이 좋습니다. 가을에 오면 단풍이 예쁘다는데 지금도 울창한 숲속이라 좋습니다. 맑은 공기에 심호흡 크게 하고 걷습니다.
저는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한곳이 이곳 대마도입니다. 그때에는 시라다께와 아레하께의 산을 오르려고 왔다가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숲에 반하기도 해서 이 곳의 대마도는 숲의 공기를 마시러 오게 된 것이 이번이 5번째입니다. 일본여행은 저는 12번 정도 한 것 같습니다.
한국이 가장 가깝게 보이는 한국전망대에 왔습니다.
한국식으로 지어진 팔각정지붕이 보이네요.
쓰시마 최북단 와니우라의 이곳의 한국전망대는 한국이 가장 가까이 보이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한국까지 49.5km, 후쿠오카까지는 132km로 한국에 훨씬 더 가까운데 날씨가 좋은 날은 부산시의 거리가 보이는 그야말로 국경의 섬임을 실감케 하는 곳입니다. 오늘은 날씨가 좋아 희미하게 부산의 모습이 멀리 보이네요. 망원필드스코프로 보니 광안대교의 높은 빌딩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전망대 주변으로는 넓은 잔디밭이 펼쳐져 있으며 해안 단구의 높은 지형에 위치해 있어 멀리 작은 무인도들이 징검다리처럼 보입니다.
히타카츠항에 와서 시간이 조금 남아 산위에 있는 조그만한 신사에 갔습니다. 여기서 내려다보는 일본의 어촌풍경도 아름답군요.
짧은 갑자기의 일본여행이지만 따듯한 곳의 여행으로 잘한 것 같습니다.
제주도보다 가까운 곳으로 예전에는 우리영토였다는 역사가 있는 곳입니다. 해외를 다녀온다는 기분보다 그냥 우리나라 남쪽의 가까운 섬에서 하루 지내다 온 느낌입니다.
저녁 마지막 전주로 가는 심야버스를 타고 돌아 왔습니다.
사진을 보니 일본의 냄새가 나긴 나는군요. 몇 장의 사진 감상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