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 꽃무릇

2023. 2. 23. 01:54카테고리 없음

728x90

슬픈 추억을 꼭꼭 숨겨서 한움쿰씩 뭉쳐서 겨우내 웅크리고 숨어 있다가 다홍색 갈래꽃으로 피우고 보름 후에 꽃잎이 지나간 자리에 초록 비늘줄기로 거듭 태어나 이루지 못한 사랑이 그리워서 이리도록 빨간아픔으로 무리지어 피어난꽃.
저는 꽃무릇을 이렇게 표현하고 싶습니다.
꼭 추석이 다가올 쯤에 가을의 성숙함을 알리며 피는 꽃무릇은 보통 상사화라고도 많이 불리웁니다.
푸른 숲그늘에 선홍빛으로 물드는 꽃무릇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슬픔이 더많이 느껴집니다. 인연으로 만났지만 이루지 못하는 애닮픈 사랑을 이야기라도 한듯 붉은 피울음을 토해 냅니다.
서늘바람이 불때의 외롭고 허전함을 대변이라도 한듯 숲그늘 조각빛을 찾아 눈부신 붉은색으로 울고 있답니다.
가을바람이 대나무를 건드려 외롭고 높고 쓸쓸한 소리가 나면 나의 발길은 꽃무릇을 찾아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