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행296 제주올레 1코스

2022. 12. 25. 15:17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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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1코스 [시흥 ~ 광치기 15km]

나는 길이 되고 당신인 길은 내가 되는 아름다운 세상이면 참 좋겠습니다.
숨기고 덮어야 하는 부끄러움 하나 없는 그런 자연을 닮은 맑은 세상입니다. 나와 길 사이 막히지 않고 소통의 공감이 되길 희망 합니다.
혹시나 내가 마음의 문을 닫아 갑갑할 지라도 울타리사이 좁은 오솔길을 만들어서 누구나가 그 돌담사이 바람과 같이 갈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으면 합니다.

그동안 제주한달 생활으로 여러번 왔지만 몸 컨디션에 무리가 있어 올레의 편하고 예쁜 길만 걸어 왔습니다. 올겨울에는 욕심을 좀 내어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올레 1코스부터 시간 되는 데로 천천히 차근차근 걸어볼 생각으로 서귀포에서 동부일주노선의 버스를 타고 1코스의 시작점인 시흥리에서 내렸습니다. 제주다운 모습의 바닷바람이 거세게 부는 날씨입니다. 그러나 육지의 바람과는 사뭇 다른 느낌입니다. 시원한 봄바람처럼 생각하고 트레킹화의 끈을 단단히 조이고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싱싱한 겨울 무우밭을 터벅터벅 걷기 시작 합니다. 제주의 걷는 길은 즐거움의 또 다른 시작입니다. 아니 즐거움을 넘어 기쁨이랄까요? 그보다 더 행복의 걸음이라 정의하고 싶습니다.
무우밭 길을 걸어가니 동네의 검둥이가 반겨주네요. 가볍게 저도 답례로 머리를 만져 주었지요. 말미오름에 도착하기 전에 예쁘고 세련된 올레공식안내소가 보입니다. 잠시 쉴 겸 안으로 들어가 보니 핸썸한 분이 반갑게 인사를 건네옵니다. 1코스에 대한 난이도와 올레를 걷는 자들에게 당부하고 주의 할 점을 소상히 안내하여 줍니다. 필요한 기념품들도 판매하고 있더군요. 혜어짐의 인사를 나누고 말미오름 입구에 왔습니다. 여기서는 오름의 계단이 있습니다.
여기를 방문 했던 산악회의 리본들이 가득한 정자가 있군요. 혹시나 무분별하게 코스에 붙어 있나 염려도 했습니다. 이제 말미오름을 오르기 시작 합니다. 올레 길에는 산악회 리본이 보이지 않네요. 올레를 아끼고 사랑하는분들의 배려에 감사 하더군요.
이곳의 다른 이름은 두산봉이라고도 한다네요. 말의 머리처럼 생겼다고 붙혀진 이름이라 합니다. 힘들면 쉬어 갈 수도 있도록 힘들만 하면 어김없이 쉴 수 있는 나무의자가 있습니다. 숨을 내몰아 쉬며 올라가니 성산포의 들판과 성산일출봉 그리고 가끼히 잡힐 듯한 우도도 보이는군요.
날은 구름이 많아 흐리지만 위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가쁜 숨을 참고 올라온 수고로 멋진 풍경을 선물로 받는 느낌입니다. 이 겨울에 육지에서 볼 수 없는 녹색의 무우밭, 자연스러운 곡선의 둘레에는 검은 돌담의 모습과 낮으만한 오름들 그리고 출렁이는 바다는 한 폭의 그림처럼 보여 집니다.
내려 오는길에는 유난히 말똥이 많이 보입니다. 말미오름을 다 네려 오니 말들이 먹을 수 있는 웅덩이도 있습니다. 웅덩이를 조심히 지나고 알오름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새알처럼 보인다고 하여 부르는 이름인데 말산메라고도 부른답니다. 둥글하게 난 산길을 오릅니다. 제주억새밭이 장관이네요. 키 작은 소나무와 억새밭에 눈이라도 내려 준다면 정말 이경치를 어디에 비교 할까요? 머리에 상상의 그림을 그려가며 오르기 시작 합니다. 여기도 경치가 이하동문입니다. 알오름을 내려와 밭길을 걸어 나오면서 간단한 행동식도 했습니다. 걷는데 필요한 에너지도 보충하는 것은 꼭 필요합니다. 무우밭도 있고 검은 모래흙 속에 빨강 날씬한 당근도 있을 겁니다. 제주주민들이 수고하여 가꾼 채소는 함부러 뽑거나 훼손하서는 안됩니다. 단 수확이 모두 끝나 판매성이 부족하여 남아 있는 것은 가능하다고 합니다.
한겨울인데도 개망초꽃이 아름답게 여행자에게 미소를 던져 줍니다.
주변을 기웃거리며 내려오니 큰 사거리가 보입니다. 여기서 부터는 오름이 없는 평지길이라 쉽습니다. 이제 점심시간이 되어 눈에 보이는 음식점을 찾습니다. 사거리를 건너오는 앞에 어디서 본 듯 기억이 나는 음식점이 보이네요. 농가 맛집이라고 쓰여 있는 음식점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손님들이 많습니다. 예전에 딸과 가족이 비자림을 다녀오다 점심을 먹었던 곳입니다. 그때에도 딸아이의 수다를 들으며 맛있게 먹던 전복 돌솥 비밤밥을 주문했네요. 깔끔한 반찬과 구수한 맛이 유명하니 맛 집이 맞네요. 점심을 먹고 올레 표시를 보고 걷습니다. 종달초등학교 담을 지나가니 이곳의 역사를 말하여 주는듯한 커다란 노거수가 반겨줍니다. 뜨거운 여름에 아름다움을 뽐내던 수국의 모습이 처량하게 보입니다. 내년여름에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해 자숙을 하고 있는듯합니다. 자주빛으로 불들고 있는 백년초와 빨간빛을 머금고 있는 오래된 담쟁이 잎이 제주의 시골 돌담과 무척 잘 어울립니다.
옛 소금밭이라고 하는 곳까지 왔습니다. 사방이 바다인 제주는 염전이 귀하답니다. 겟벌이 없는 까닭입니다. 제주에는 바닷물을 가마솥에 끓여서 소금을 만드는 방법을 사용 했다고 합니다. 요즘은 육지에서 소금을 가져다 사용하여 없어지고 대신 소금밭 체험장을 운영하고 있다네요.
여기서부터 성산갑문까지는 휄체어 구간으로 장애자들도 올레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였습니다. 겨울철새들도 추위를 피하여 여기에 왔군요. 꼭 저와 같습니다. 겨울바다 풍경이 무척 평화스럽군요. 한치를 널어 건조 시키는 목화휴계소 까지 왔네요. 여기가 중간 스템프를 찍는 곳입니다. 오조해녀의집 까지 걸어 나오면 성산배수갑문이 나옵니다. 여기서 잠깐 쉬면서 성산일출봉의 모습도 감상 합니다. 예쁜 조형탑을 뒤로하고 걸으면 우도에 가는 성산포항까지 오게 됩니다. 보라색의 갯쑥부쟁이가 거센 바닷바람에도 예쁘게 꽃을 피워 반겨줍니다. 수마포에 도착 했습니다. 조선시대에 제주에서 기른 말을 모아 육지로 보내던 포구입니다. 이곳이 일출의 명소라고 하네요. 인증샷을 찍는 사람들이 많아 긴 줄을 서고 있습니다. 저도 찍고 싶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양보하고 발걸음을 옮깁니다. 성산일출봉 밑의 바위에는 2차대전의 상처가 보입니다. 일본군들이 만들어 놓은 여러개의 진지동굴이 있습니다.
싱싱한 배추가 너무 먹음직스럽습니다. 사진으로 라도 모습을 가져갑니다. 이제 피기 시작한 유채꽃도 같이 가져 가라네요.
한옥의 민박체험장 같은데 고풍스럽습니다. 성산일출봉이 손에 잡힐 듯 가까워지네요. 광치기 해변으로 나오니 관광객들이 많이 보이네요. 조랑말 체험장이 1코스의 마지막 점이랍니다. 스템프를 찍어 인증을 마치고 서귀포로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서명숙이사장님이 산티아고 순례길를 다녀와 가장 먼저 올레 길을 열어 놓은 곳입니다.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검은 돌담과 옹기종기 색색의 조각천으로 수놓은 모습이 어는 순례길 보다 아름답다는 생각입니다.
오늘 15.1km의 걸어 만보기에 28,600보가 찍혀 있네요. 1코스를 완주한 것은 피곤함보다 즐겁고 행복함이 먼저입니다. 삶도 그렇습니다. 힘든 시간을 견디고 터널을 지나오는 순간 그 자리에 즐거움과 행복이 존재 한다고 봅니다. 편안함 보다 도전하고 극복하는 힘을 기르면 기를수록 삶의 질이 좋아질 것 같은 생각입니다.
다녀온 길하나 하나에 제주만의 속살 같은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걸어 보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