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행299 제주올레 4코스

2022. 12. 25. 15:26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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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4코스[표선 ~ 남원 19km]

걷는 오늘이 아름답습니다. 비오는 날인데 아름답다는 것에 대한 생각이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아마 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떠오르는 생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세련된 맑은 풍경도 좋지만 흐리고 좀 투박하더라도 실루엣처럼 펼쳐지는 비오는 그대로인 풍경도 아름답습니다. 앉아 있는 시간보다는 서 있는 시간이, 서 있는 시간보다는 걷는 시간이 더 예쁩니다.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의 기준이 있습니다. 그것은 건강한 몸과 마음에서 풍겨 나오는 아름다움입니다.
올레의 뚜벅이 여행자는 비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차갑게 내리는 겨울비를 즐기며 걷습니다.
을씨년스럽게 느껴지는 아침 이지만 걷는 아름다움의 긍정의 힘을 빌려 배낭을 꾸려 버스를 타고 표선정류장에서 내렸습니다. 인적이 뜸한 아침 길을 홀로 걸어 도착한곳은 4코스의 시작점인 표선해수욕장에 있는 올레공식안내소입니다. 안내하시는 분이 일찍 나와 계시네요. 예쁜 멀티 두건하나를 구입하고 우비를 입은 모습으로 뚜벅뚜벅 걷기 시작 합니다.
시작부터 우회지름길이 있으나 정 코스인 당케포구 쪽으로 걷습니다. 제주의 유산인 태우라는 옛 모습의 배가 보입니다. 기다란 방파제에는 아름다운 제주의 풍경을 모자이크로 장식하여 놓았네요. 바다로 향하는 길다란 길을 걷습니다. 저 끝으로 가면 바다와 마주치겠지요. 다시 발걸음을 돌려 화산석으로 된 자갈밭을 걷습니다. 아기자기한 돌밭을 지나오니 휠체어구간인 해안도로가 나옵니다. 이곳의 물속생활을 보여주는 조형물이 보이는군요. 커다란 바위 윗부분은 적은 돌을 올려 놓은 모습이 보글보글 곱슬머리 같군요. 갯늪이라는 곳에 도착 했습니다. 해안가에 이런 습지가 있다는 것이 신기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만 유일하게 자생하는 멸종위기 2급인 황근나무를 2013년에 국립생물자원관에서 복원 했다고 합니다. 어린나무들도 어미나무와 어울려 잘 크고 있더군요. 해양수산연구원까지 왔습니다. 들어가고 싶었으니 아무나 들어 갈 수 없는 곳이라 모습만 보고 지나갑니다. 여기에도 황근나무 자생지가 있네요. 7 – 8월에 노랑꽃이 피면 무척 해안길이 아름다울 것 같아요. 2015년 여름에 태풍이 부는 날 이곳을 걸었는데 오늘도 비바람이 몹시 불어 조금은 힘들기도 합니다. 그때에는 황근나무 인지도 모르고 그냥 노랑꽃이 예쁘다는 생각만 하고 걸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세화리까지 왔는데 하얀 들꽃이 돌담 밑에 수줍은 듯 여행자에게 미소를 던져 줍니다. 포구로 들어오는 배를 위해 불을 밝혔던 곳인데 광명등이라고 하네요. 불을 밝히는 사람은 나이가 들어 고기잡이를 할 수 없는 사람이 하였는데 이를 불칙이라고 했답니다. 수고에 대한 보답으로 잡아온 고기를 나누어 주어 상부상조의 정신이 깃든 곳이랍니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 어촌마을의 훈훈한 생활을 엿 볼 수 있습니다.
편한 휠체어길이 끝나니 해병대원들이 개척 했다는 해병대길이 나옵니다. 수고의 댓가인 멋지고 아름다운길이 이어집니다. 조그맣고 앙증스러운 집 모퉁이를 돌아 나옵니다. 해녀들이 물질을 하고 쉴 수 있는 곳을 지나니 잘 정비된 오솔길이 나오네요. 농협제주수련원을 통과하여 갑니다. 잘 정비된 숲 터널에서 보는 해안절경이 기가막힙니다.
해안도로에 나오니 알록달록 예쁜 카페들이 많이 보이네요. 몇 명이 같이 오고 시간의 여유가 있으면 들어가 몸도 녹이고 재잘재잘 웃음꽃을 피우며 놀다 갈 수 있겠는데 혼자 걷는 저는 들어가기가 고민이 되어 패스 합니다.
큰길을 관통하여 토산리 마을로 접어듭니다. 마을의 오솔길들을 올레리본을 따라 걷습니다. 중간 스템프가 있는 토산2리 마을 회관입니다. 이곳에서 간단한 간식도 먹고 스템프도 찍고 다시 길을 재촉 합니다. 스템프 찍는 마을식당은 마을 분들이 공동 운영 한다네요.
감귤밭이 많은 오솔길을 지나오는데 버려진 감귤이 산더미 같습니다. 너무 아깝네요. 육지에다 버렸으면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가져다 먹었을텐데요.
아름다운 밀감밭을 감상하며 걷습니다. 페인트로 칠해진 벽면에 담쟁이 넝쿨이 멋진 한 폭의 그림같습니다. 마을 지나 다시 해안도로로 진입합니다.
파도가 잔잔한 내항에서는 낚시하는 분도 보입니다. 날고 싶은 먼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가마우지새의 모습도 보입니다.
예쁘게 색칠하여놓은 카페들을 지나니 제주명물 옥돔으로 유명한 태흥2리 마을까지 왔습니다. 저도 사실옥돔을 좋아하는데 이곳식당에서는 2인분부터 가능하답니다. 군침만 삼키며 걷습니다. 옥돔역도 보입니다. 제주에는 기차가 없습니다. 얼마나 기차가 타고 싶었으면 옥돔역도 생겼을까요. 요즘은 육지에 쉽게 나갈 수 있지만 옛날에는 육지에 가서 기차를 타는 것이 큰 자랑이였다고 합니다.
걷다보니 19km인 4코스의 종착점인 남원포구에 도착 했네요. 여기도 올래공식안내소가 있습니다. 들어가니 무척 따뜻합니다. 몸을 녹인 고마움으로 올레스탬프 티를 하나 구입했네요.
비와 같이 올레를 걷는 기분도 묘한 느낌입니다. 육지 같으면 이 같은 날씨에 걷기 힘들 수 있었겠지만 제주의 올레는 즐겁고 행복 합니다. 버스에 올라타니 졸립네요. 숙소에 도착해 잠이 들면 저녁식사를 놓칠 뻔하여 졸린잠을 참고 저녁식사 후 7시쯤 잠이 들어 깨어 보니 새벽2시네요. 피곤도 풀렸으니 사진도 정리하고 간단히 오늘 걸어 왔던 길을 회상하며 글을 남겨 봅니다.